일학개미 한 달간 6731만달러 사들여…반도체 등 주목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
역대급 엔저와 일본 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일본에 투자하는 일학개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 반도체 ETF(상장지수펀드)는 물론 엔화 관련 ETF 등이 개인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전날 기준 한 달 동안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 6731만달러(약 862억원)를 사들였다. 같은 기간 중국, 미국, 홍콩 등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갔으나 일본에만 유일하게 자금이 유입됐다.
일본에 돈이 몰리는 것은 최근 일본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해서다. 전날 일본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255지수는 33388.91을 기록했다. 이는 한 달 전 대비 8.38% 뛴 수치다. 닛케이255지수는 지난 13일 1990년 7월 이후 33년 만에 심리적 고비인 3만3000선을 회복한 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엔저로 인해 상장 기업들이 올 1분기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경제성장률 역시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 지속,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일본 주식 매수 등으로 인해 일본 증시는 30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일학개미들은 주로 반도체, 기술주 등을 사들이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일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일본 종목은 'GLOBAL X 일본 반도체' ETF로, 순매수 금액은 2666만달러(약 342억원)이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TSMC도 미국 애리조나에 증설하는 것은 망설였지만 일본 구마모토에는 자처해서 10조원 규모의 신규 팹 투자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며 "일본은 반도체 소재, 기계와 로봇, 상사 등 산업재 전반에서는 최고 수준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와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에 따른 수혜 기대 등으로 최근 일본 반도체 대표 주들의 주가도 강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일학개미들은 '아이셰어즈 미국채 20년물 엔화 헷지' ETF를 2499만달러(약 32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엔저로 인한 환차익을 노려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원/엔 환율은 전날 100엔당 897.49원을 기록, 8년 만에 800원대로 무너졌다. 비록, 이날 원/엔 환율은 전일 대비 4.82원 오른 902.31원을 기록했으나 엔저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
이외에 일학개미들은 소니그룹 507만달러(약 65억원), 미쓰비시상사 307만달러(약 39억원), 아식스 304만달러(약 39억원), 신에쓰화학공업 279만달러(약 36억원), 마루베니 220만달러(약 28억원) 등을 샀다. 해당 종목들의 경우 대부분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올려 주가가 상승했다.
국내 시장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도 엔화 관련 ETF를 사들이는 등 엔저를 투자 기회로 삼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전일 기준 한 달 동안 'TIGER 일본엔선물 ETF'를 365억원어치 샀다. 같은 기간 'TIGER 일본니케이225' ETF도 53억원 사들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엔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배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 신임 총재인 우에다가 기존의 금융 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당분간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트레이딩 관점에서는 환헤지된 ETF를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환노출된 ETF로 접근하며 환차익을 고려해보는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그는 "다만, 엔화의 추세적인 약세는 지속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한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일본엔 선물 ETF에 접근해 보는 것도 매력적인 선택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증시 상승세는 다소 둔화할 수 있으나 일본 주식 투자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닛케이 255 지수가 33000선을 돌파하면서 추가 상승 속도는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환율, 상장 지역에 따라 다양한 투자 전략을 구축할 수 있는 국가인 만큼 하반기 일본 투자는 지수의 상승 여력보다 업종 기반의 대응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달러 강세 압력 약화 시 반등이 컸던 일본 대형 수출주와 반도체 관련주는 일시적으로 주가가 되돌려질 수 있으나, 업황 개선에 따른 상승도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김근희 기자 keun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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