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가루로 불교 경전 써내려가
융성했던 고려 사경 문화 보여줘
15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김종민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이 일본에서 돌아온 '묘법연화경'을 소개하고 있다. 접었을 때는 가로 9.5cm, 완전히 펼치면 10.7m에 달한다. /박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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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經)을 받아 지녀 읽고 외우거나 해설하고 옮겨 쓰면 1200가지 혀의 공덕을 얻으리니….”
불심(佛心) 가득한 종이를 펼치니 무려 10.7m에 달한다. 쪽물 들인 감지(쪽빛 종이) 위에 금가루·은가루로 간절하게 불교 경전을 써 내려간 고려 시대 사경(寫經)이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15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일본인 개인 컬렉터가 소장했던 ‘묘법연화경 권제6′을 올해 3월 국내로 들여왔다”며 실물을 공개했다.
일본에서 돌아온 고려 사경 ‘묘법연화경 권제6’. 접었을 때는 가로 9.5cm, 완전히 펼치면 10.7m에 달한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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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은 금가루나 은가루를 개어 한 글자 쓰고 한 번 절하는 ‘일자일배(一字一拜)’의 정성으로 부처님 말씀을 옮겨 쓴 것. 세필(細筆)로 완성한 고려 사경은 원나라에서 우리 장인들을 요청할 정도로 국제적 명성을 자랑했다. 사경 전문가인 배영일 마곡사 성보박물관장은 “발원문이 없어 정확한 제작 연도를 알 수 없지만, 1377년 제작된 국보 ‘묘법연화경 권제6′(호림박물관 소장), 1385년 제작된 ‘묘법연화경 권제4′(국립중앙박물관 소장)와 화면 구성, 구름·넝쿨 무늬 등 도상이 흡사해 14세기 후반 작품으로 추정된다”며 “금·은빛 그림과 글씨가 정교하게 빛나는 수작이라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고 했다.
'묘법연화경 권제6'의 변상도 부분. 설법하는 석가모니 부처 등 주요 장면을 금가루로 세밀하게 그렸다. 화려함의 극치를 보인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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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법연화경 권제6'의 앞뒷면 표지. 4개의 연꽃이 금가루로 그려졌고, 주변을 은빛 넝쿨무늬로 빼곡히 채웠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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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엔 4개의 연꽃이 금가루로 그려졌고, 주변을 은빛 넝쿨 무늬로 빼곡히 채웠다. 경전 내용을 압축해 그린 변상도(變相圖)는 화려함의 극치를 보인다. 화면 오른쪽에 설법하는 석가모니 부처를 중심으로 경전의 가장 극적인 장면을 4개 화면으로 그렸다. 총 108면에 걸쳐 이어지는 경문(經文)은 한 면당 6행씩, 각 행 17자가 정성스럽게 적혀 있다. 김종민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은 “현존하는 고려 사경 150여 점 중 일본·미국 등 국외에 60여 점이 있다. 흩어진 사경이 국내로 돌아왔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했다.
재단은 “일본인 소장자는 2012년 일본 내 고미술상 경매에서 작품을 구입한 뒤 보관해왔고, 지난해 6월 재단에 유물을 매도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며 “추가 조사와 협상을 진행한 뒤 복권기금을 들여 구입했다”고 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70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보존 상태가 좋아서 앞으로 다양한 연구와 전시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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