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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불법촬영물’ 캡처 올리면… 대법 “당사자 의사 몰라도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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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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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 장면으로 추정되는 불법 촬영물 캡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은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어도 유죄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촬영물이 퍼지면 사진 속 당사자에게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초래하는 만큼, 피해자의 동의 여부나 의사를 묻지 않고 유포자를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5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 이용 촬영·반포) 등 혐의를 받는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1년 9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받은 불상의 남녀 사진을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한국 야동’이라는 제목으로 게시했다. 사진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있는데, 한쪽에는 한 남성이 나체로 침대에 앉아있고 그 옆에 여성이 짧은 치마를 입고 앉아있는 모습이 담겼다. 다른 화면에는 앉아 있는 여성을 아래쪽에서 촬영한 장면이 나와 있다. 성관계 장면을 불법 촬영한 영상의 일부로 보이는 사진이었다. 검찰은 A씨를 음란물 유포 혐의로 기소한 뒤, 2심에서 불법 촬영물을 당사자 동의 없이 배포했다는 혐의(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를 추가했다.

1심과 2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불법 촬영물 배포와 관련해 2심 재판부는 “(원본) 동영상에 나오는 남성 또는 여성을 조사하지 않는 이상,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배포된 것인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진 속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불법 촬영물일 가능성이 높지만, 피해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직접 의사를 확인하지 않는 한 배포에 동의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하지만 당사자의 의사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어도 유포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촬영 대상자의 의사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촬영물 등을 토대로 확인할 수 있는 촬영 경위,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는 정도 등을 종합해서 의사에 반해 유포가 이뤄졌는지 판단해야 한다”며 “해당 촬영물 등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광범위하게 유포될 경우 피해자에게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은 “적어도 (촬영물 속) 여성이 사진의 반포에 동의할 것이라고 도저히 기대하기 어렵다”며 “A씨도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배포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A씨가 올린 사진은 남성이 여성의 동의 없이 성관계를 몰래 촬영한 동영상 일부를 캡처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배포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대법원 관계자는 “(불법) 촬영 대상자의 의사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는 경우, 그 의사에 반해 해당 영상‧사진 등의 반포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판단 방법을 최초로 밝힌 판결”이라고 말했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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