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녹색당 총회 참석해 일본 정부 방류계획 비판
오가타 게이코 일본 녹색당 공동대표가 10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5차 세계 녹색당총회에 참석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혜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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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자국민의 목소리는 듣지 않지만 외부 시선에는 민감합니다. 한국과 태평양 여러 나라들의 반대가 절실합니다."
지난 10일 인천 송도에서 만난 오가타 게이코 일본 녹색당 공동대표는 이렇게 호소했다. 그는 지난 8~11일 인천에서 열린 세계녹색당 제5차 총회에 참석해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얼마나 위험한지 설명하고 방류 계획을 거세게 비판했다. 세계녹색당 총회는 전 세계 100여 개국의 녹색당원 및 전현직 의원이 참석하는 행사다. 아시아에서 총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코앞으로 다가왔다. 도쿄전력은 당장 12일부터 2주간 방류 관련 핵심 설비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는 시운전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부 총회 참가자들조차 '현실적으로 방류를 막는 게 가능할까?'라며 의구심을 보였다. 하지만 오가타 대표는 "방류를 중단시킬 수 있는 시간이 아직 남았고,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녹색당은 2012년 결성됐다. 2011년 3월 터진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누출 참사가 녹색당이 출범하게 된 중요한 계기였다. 오가타 대표도 사고에 충격을 받아 2011년 창립 멤버가 됐다. 이전까지 그는 '원전은 안전하다', '체르노빌 원전 같은 사고는 일본에서 발생하지 않는다'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고 했다.
일본 녹색당은 사고 이후 방사능에 노출된 지역 주민들을 돕고 있다. 특히 후쿠시마 지역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회복 캠프를 열거나 안전한 농산물을 보급해 왔다. 사고 이후 인근 지역 아이들의 갑상선암 발병이 크게 늘었고, 사고 당시 다른 지역으로 대피한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어 생활고와 가정불화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일본 녹색당의 설명이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직후 일본 경찰들이 지진해일 잔해 속 실종자들을 찾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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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참사는 일본 사회에 큰 상흔을 남겼다. 하지만 현재 일본 국민들 상당수는 오염수 방류에 침묵하거나 무관심한 상태다. 오가타 대표는 "최근 코로나19 유행과 경제난으로 힘들었던 사람들이 많았던 데다 시간이 지나면서 참사의 기억이 희미해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원전과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채 안전하다고 주장한 것도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후쿠시마 인근 어민들과 일부 시민들만 오염수 방류를 막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벌이는 상황이다.
오가타 대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진행되면 나쁜 선례가 되어 다른 국가와 기업들도 오염물질을 바다에 투기하고 정당화할 수 있다"며 "방사능은 물론 더 큰 오염을 막기 위해서라도 방류가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폐막한 세계녹색당 총회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강행하는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내용이 담긴 '한국선언'이 채택됐다. △후쿠시마 원전 폐기물을 (방류하는 대신) 계속 육상에 저장할 것을 요구하고 △방사성폐기물의 태평양 투기 금지를 위한 국제협약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내용의 '태평양의 핵폐기물 위협' 결의안이 포함됐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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