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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EU 최전방 우크라 보급기지’ 폴란드, 발언권 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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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다 대통령, 獨·佛 정상과 회담

조선일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부터),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바이마르 3자 회의 참석을 위해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 모여 있다. 바이마르 3자 회의는 이들 3개국이 냉전 체제 해체 이후 유럽 안보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1991년 창설한 협의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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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각) 파리에서 만나 3자 회담을 가졌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벨레(DW)는 “우크라이나 지원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이들 3국 간 협력, 불법 이민 등의 문제가 논의됐다”며 “특히 폴란드 측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에 ‘명확하고 긍정적 신호’를 보내야 한다는 의견을 적극 피력했다”고 전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명실상부 유럽연합(EU)의 중심축인 나라다. 여기에 폴란드가 함께해 유럽의 최대 현안인 우크라이나 문제를 집중 논의한 것이다.

이들 세 나라 정상의 만남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91년 독일 바이마르에서 3자 회담을 처음 열었고, 지금까지 여섯 번의 만남이 있었다. 첫 회담 장소의 이름을 따 ‘바이마르 3각 형식(Weimar Triangle)’이라고 불린다. 본래 독일과 폴란드 간 과거 문제 청산과 폴란드의 정치·경제·사회적 탈(脫)공산화 지원, 냉전 이후 유럽 내 안보 협력 등의 목적으로 시작됐다. 2004년 폴란드의 EU 가입 이후에는 다각적 정책 협의체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독일·프랑스가 서유럽을 대표한다면, 폴란드는 동유럽의 리더 국가다. 폴란드는 인구와 면적에서 동유럽 EU 회원국 중 최대, 27개 전체 회원국 중에는 상위 다섯 번째다.

한동안 뜸했던 3자 회담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매년 열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가 EU와 나토의 최전선 보급 기지 역할을 하며 그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서방 무기는 대부분 제슈프와 헤움 등 폴란드 동부 국경 도시를 통해 우크라이나로 간다. 서방 전차와 장갑차, 자주포, 다연장로켓발사대(MLRS) 등의 수리 센터도 폴란드에 있다. 폴란드 역시 자국의 역량을 총동원해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섰다. 폴란드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보낸 무기는 T-72 전차 230대, BMP-1 보병전투차 40대, 122㎜ 자주포 20문, 122㎜ MLRS 20문, 미그(MIG)-29 전투기 28대 등이다. 수량만 따지면 미국과 영국 다음이다.

폴란드는 EU와 나토 내에서 우크라이나의 대변인 역할도 맡았다. 러시아산 유가 상한제 등 10여 차례에 걸친 EU의 대러 경제 제재 논의 과정에서 친러 성향의 헝가리 등에 맞서 가장 강력한 제재 수위를 주장해왔다. 또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나토 가입 보장 요구 과정에서도 우크라이나의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키이우를 방문한 서방 정상이다. 그는 전쟁 발발 19일 만인 지난해 3월 15일 체코·슬로베니아 총리와 함께 육로로 키이우를 찾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났다.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12일 회담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더 적극적인 군사 지원을 해야 한다” “7월 나토 정상회담에서 독일, 프랑스,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안보 보장에 앞장서야 한다”는 등 논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EU 정치권 일각에선 “폴란드 정부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자국의 위상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토나 인구, 경제적 영향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EU 내 정치적 영향력을 급속히 끌어올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는 것이다.

폴란드는 최근 EU와 지속적인 마찰을 빚어왔다. 2015년 이후 9년째 집권 중인 극우 성향의 ‘법과 정의당(PiS)’이 비판 언론 탄압, 사법 장악 시도에 이어 최근엔 유력 야당 후보의 피선거권을 박탈할 수 있는 제도 입법에 나섰기 때문이다. EU는 이를 “유럽 정신에 어긋나는 비민주적 행태”라며 유럽사법재판소(EJC) 제소와 벌금 부과, EU의 각종 교부금 중단 등으로 첨예하게 맞서왔다. PiS는 이런 와중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폴란드인의 뿌리 깊은 반(反)러 감정을 자극,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일간 르몽드와 누벨 옵세르바퇴르 등 프랑스 언론은 “유럽 내 폴란드의 중요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나 그 위상과 역할이 커질수록 EU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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