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이슈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원전 오염수 방출하면 제주 어민은 끝나”[일본 오염수 방류]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임박하면서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수산업계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생계에 직접적인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와 정부 대책을 묻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현장에서 만난 어부와 해녀, 수산시장 상인, 해수욕장 주변 상인, 바닷물을 이용하는 염전업계까지 수산업계 관계자들은 일본이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순간 불안한 마음에 소비가 위축되면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봤다.
어업인들은 일본이 원전 오염수를 꼭 바다에 방류해야만 하는지, 방류를 막을 수는 없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방류 이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확실한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일본의 핵오염수 방류 철회와 정부의 단호한 반대를 촉구하는 수산업계와 시민사회단체의 단체행동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일에는 제주 어촌계장협의회, 어선주연합회 등 50여 단체가 참여하는 ‘일본 핵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제주범도민대회’가, 다음달 8일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결사반대 부산시민 총궐기대회’가 열린다.


경향신문

8일 오후 제주시 도두항 앞 어촌계 사무실 앞에서 만난 어민 김모씨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걱정하면서 항에 정박한 어선을 바라보고 있다. 박미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일본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뿌리면 몇 년 걸려 제주에 온다고 하지만, 우리는 방출과 동시에 제주 어부는 끝났다고 봐. 그냥 어부 일은 손 놔야지.”

제주시 도두항 앞 어촌계 사무실 앞에서 지난 8일 만난 김모씨(77)가 정박한 배에 시선을 고정한 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김씨는 “어부로 50여년을 살아왔고 최근엔 한치잡이를 하고 있다”고 했다. 예년 같으면 오전 9시부터 배를 몰고 나가 명당자리를 차지한 후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가 본격적인 조업을 했다. 하지만 그는 올해 유난스럽게 줄어든 한치 어획량 탓에 이날 조업을 나갈지 말지 고민 중이었다. 어획량 감소로 심란한 상황에서 원전 오염수 방류 이야기가 더해지자 그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

김씨는 “예전에는 하루 조업나가면 30~40㎏도 거뜬히 잡았는데 요즘은 아들과 함께 나가서 고작 3~5㎏ 잡는다”면서 “오염수는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 문제일 텐데 꼭 바다에 방류해야 하냐. 기술 좋은 세상 살면서 그런 것도 연구 안하는지 답답하다”고 마했다.

바다 속에 들어가 해산물을 직접 채취하는 해녀들 역시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있다. 지난달 22일 도두어촌계와 해녀 등 150여명은 제주 도두항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해상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근본적으로 오염수 방류 철회를, 만약을 대비해 피해보전특별법 제정과 특별재난구역 지정과 같은 정부의 확실한 대책을 촉구했다.

경향신문

지난달 22일 제주시 도두항에서 도두어부회와 해녀 등 150여명이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

평일인 8일 늦은 오후에도 이호테우해수욕장은 바다를 즐기러 온 관광객과 도민이 적잖게 눈에 띄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면 해수욕장 방문객 감소 등 관광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미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는 해수욕장과 바다를 중심으로 한 관광산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제주시 이호테우해수욕장에서 5살 아들과 모래놀이를 하던 문모씨(40)는 “원전 오염수가 방류된다면 찜찜해서 아이를 데리고 바다에 오는게 고민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호테우해수욕장 인근에서 20여년간 횟집을 운영 중인 강모씨는 “걱정은 다 같을 것”이라면서 “정부가 (방사능 검출 여부를) 검사한다고 하니까 지켜보기는 하는데 해녀 뿐만 아니라 제주 수산 관련 분야에는 모두 안 좋을 것이 분명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제주도가 지난해 진행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에 따른 피해조사 및 세부대응계획 수립연구’ 용역을 보면,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83.4%가 ‘오염수 방류시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산 수산물 소비 감소폭은 평균 49.1%로 조사됐다. 이를 2021년 제주 수산물 생산액(9121억원)에 대비해 산출한 결과 원전 오염수 방류로 인한 피해액은 연간 4483억원으로 추산됐다. 또 응답자의 48.6%가 원전 방류 때 제주여행 관련 지출을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 [일본 오염수 방류] 지자체 “소비위축 대비 대책 필요”··· 정부 “대책 마련이 국민불안 자극”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306111631011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 삼성 27.7% LG 24.9%… 당신의 회사 성별 격차는?
▶ 뉴스 남들보다 깊게 보려면? 점선면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