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65% 지지로 당선된 여당 '호남 최고위원'‥속사정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MBC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64.7% 압도적 지지‥ 신임 최고위원 선출

"2030과 5060, 기성세대와 청년세대를 잇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국민의힘 지도부로 합류할 새 최고위원이 선출됐습니다.

어제 당 전국위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자동응답(ARS) 방식 투표에서 김가람 전 청년대변인이 64.7%라는, 과반 이상의 득표율로 당선됐습니다.
MBC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함께 경쟁한 이종배 후보는 22.9%, 천강정 후보는 3.9%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으니 압도적인 선거였던 셈입니다.

하지만 속사정은 다릅니다.

■ "아무도 관심 없던 선거"‥ 짜고 치는 판?

최고위원 보궐선거 일정이 발표된 5월 중순까지만 해도 '중량감 있는 중진 최고위원론'이 대세였습니다.
MBC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이 각종 설화를 이유로 줄줄이 윤리위 징계를 받게 된 만큼, 적어도 '말실수하지 않을 사람'을 앉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초선보다는 재선 이상, 원외보다는 원내 현역 의원이 좋겠다는 말들이 나왔습니다.

또, 당의 충성 지지층인 TK(대구 경북) 민심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한 재선의원은 "별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충원하는 것이지 않느냐. 어려움을 무릅쓰고 당에 봉사하려는 생각이 있는 분이 하면 된다"며, 'TK 출신 모 재선 의원'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원외에서 누굴 데려오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다. 우리끼리는 최소 재선 이상, 무게감 있는 원내 의원으로 가자고 합의가 됐다"면서 같은 의원을 언급했습니다.

한 초선의원은 농담으로 "눈치없이 누가 또 나온다? 칼 맞는 게 아니라 정치 생명을 걸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당에서는 단독 추대론에 선을 그었지만, 일찌감치 '백가쟁명'식의 국면은 펼쳐지지 않을 전망이었습니다.

■ 갑자기 등장한 '지역 안배론'‥ "영남은 안 된다"

그런데 최고위원 보궐선거 후보 등록을 며칠 앞두고, 당 내에서 지도부의 지역 안배를 고려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내년 총선 승리를 생각해야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김기현 대표는 울산, 윤재원 원내대표 대구,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경남 진주로, 강원도인 이철규 사무총장을 제외하면 당 대표와 당3역이 모두 영남권 출신입니다.

여기에 김재원 최고위원도 경북, 강대식 최고위원은 대구, 장예찬 청년최고위원도 부산 출신입니다.

보궐선거 후보 등록 마감 당일, 김기현 대표는 최고위원 보궐선거에 대해 "균형이 맞을 필요는 있어 보이네요, 그렇죠?"라고 에둘러 말했습니다.

결국 최고위원 보궐선거 후보 등록 마감 당일, 유력 후보로 꼽혔던 'TK 출신 모 재선 의원'은 등록을 하지 않았습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막판 가서 지도부가 영남권으로 쏠리면 안 된다는 우려가 발목을 잡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혜성처럼, 이분이 등장했습니다.
MBC

[공동취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가람은 누구?

'호남' '원외' '청년'

김가람 신임 최고위원을 상징하는 키워드입니다.

김 최고위원은 보수 정당의 불모지로 꼽히는 광주 출신입니다.

1983년생으로 40대 청년이고, 한국청년회의소(JC) 67대 중앙회장을 지냈습니다.

'본캐'는 국내 최초로 하몽 국산화에 성공한 식품제조업체 창업자입니다.

2014년 새누리당에서 정당 활동을 시작한 이후 광주시당 미래세대위원장, 중앙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습니다.

20대 대선 당시에는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전남도당 공동 선대위원장을 지냈고,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청년기획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지난 3.8 전당대회에서는 청년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다가 4등으로 낙선했습니다.

당시 1위를 한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의 득표율은 55.16%로, 12.47%를 득표한 김가람 최고위원과 4배 넘게 차이가 났습니다.

■ 최고위원의 '가성비'와 '5인회' 논란

"청년최고위원으로 출마했다가 떨어진 사람이 최고위원에 가는 게 맞느냐"는 우려는, 김 최고위원이 유력한 후보로 부상하기 시작한 때부터 나왔습니다.

하지만 '심각한 우려'로 자라진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당내 유일한 호남 지역구(전북 남원·임실·순창) 의원인 이용호 의원의 라디오 출연 발언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지금 처음에 김기현 체제가 모습이 좀 이상하게 됐어요. 기대만 못 하게 됐고. 최고위원회의라고 하는 게 지금 정말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데 거기에 걸맞느냐. 혹시 뭐… 들러리냐. 실제로 중요한 핵심 의제 결정은 다른 데서 하는 거 아니냐. 당내에서도 5인회가 있다 이런. 이런 얘기들이 있다 보니까 4000만 원 내고 이게 가성비가 나오냐."

- 5월 30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4천만 원은 최고위원 출마를 위한 기탁금 금액입니다.

당 지도부는 물론 즉각 반발했습니다.

김기현 대표는 "당 대표,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사무부총장, 수석대변인이 모여서 (당내 의제를) 논의하는 것이 당연하지, 의논하지 않는 게 당연한 것이냐”며 “말도 안 되는 얘기,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철규 사무총장 역시 "괴담"이라면서 "공식적인 기구 외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은 용납하지 않는다. 생각 없이 뱉은 한마디가 우리 구성원들의 사기를 꺾어놓는 계기가 된다"며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그러자 이용호 의원은 6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고위원회가 제 역할과 위상을 하루 빨리 회복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발언하다 튀어나온 잘못된 어휘였다. 사려 깊지 못한 발언으로 당과 지도부에 누를 끼친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습니다.

■ 최고위원의 역할은?

실제로 당내 '5인회'라는 건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국민의힘을 출입하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5인회가 누구냐'가 화두였지만, '친윤계'일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정확한 명단을 놓고는 설왕설래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 '5인회' 명단에 현역 최고위원들은 단 한 명도, 들어간 적이 없었다는 겁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 논란에 대해 "5인회든 12인회든, 당 대표를 패싱한 모임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겠냐"고 일축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최고위원 보궐선거는 무관심도 전략이다. 김기현 대표와 운명을 같이 하겠다는 사람을 뽑는 것이 목표이고, 논란이 되지 않고 그냥 조용히 지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초선의원은 김가람 최고위원의 당선에 대해 "지난 전당대회에서는 존재감이 없어서 떨어졌는데, 역설적이게 지금 보궐선거에서는 존재감이 없었던 게 결정적인 기반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있는 듯 없는 듯 일할, 무난한 최고위원 상으로 딱"이라는 겁니다.

이쯤에서 당헌에 명기된 최고위원의 역할이 궁금해졌습니다.

제 5 절 최고위원회의

제 31 조 (구성)
① 당무 전반에 관한 심의‧의결기관으로서 당무를 통할‧조정하기 위하여 최고위원회의를 둔다.


당규에는 '당직자 임명·임면권', '공직후보자 의결권', 전국위원 선임권', '당 예산 및 결산과 회계감사에 대한 의결권', '주요 당무에 관한 심의·의결권' 등등 11개의 권한을 갖는다고 나와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권한이 없습니다.

'당 대표의 분신'이 아닌, '당원의 대표자'라는 이유로 위임 받은 권한들입니다.

■ '호남 최고위원' 발판 삼아‥ 전국 정당으로 도약할까

김가람 최고위원은 당선 인사에서, 호남 출신인 자신이 선출된 건 "국민의힘이 전국 정당으로 가는 시작"이라고 말했습니다.

"20·30과 50·60을 잇는 40대의 역할을 하고, 기성세대와 청년세대를 잇는 역할도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역대급으로 조용했던, '중량감'이 떨어지는 선거를 통해서 선출됐다는 지적에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려는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켜볼 일입니다.

내년 총선까지는 305일 남았습니다.

조희원 기자(joy1@mbc.co.kr)

[저작권자(c) MBC (https://imnews.imbc.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