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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광주 학동 붕괴참사 2주기…‘연극’으로 기억하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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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극단 ‘밝은밤’ 팀원들. 밝은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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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연극을 보고 ‘광주 학동 참사’를 기억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광주 청년들이 학동 참사 2주기를 맞아 추모 연극 <덩달아 무너진 세상>을 선보인다. 20~30대 스태프와 배우 등 청년 13명으로 이뤄진 극단 ‘밝은밤’은 2021년 6월 9일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학동 철거건물 붕괴참사를 재조명하기 위해 이 연극을 제작했다.

팀원들은 각종 건설 비리가 얽히고설킨 사회 안전망 붕괴에 대한 폐해에 공감하며 관련 연극을 해보자고 계획했다. 그러던 중 장진 감독의 희곡인 <아름다운 사인>을 각색해보자는 팀원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 연극을 제작하게 됐다.

이들은 학동 참사 피해자 이야기를 공연에 담아내기 위해 희생자들의 빈소를 방문하거나 추모식에 다녀왔다. 현장에서 많은 피해자와 유족들을 만나며 아픔에 공감하고 사회 부조리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고 한다. 연극 역시 건설 비리를 비판하고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연극에는 병원으로 이송된 6명(노인·주부·회사원·가수·취업준비생·고등학생 등)의 응급환자들과 1명의 인턴 의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죽음을 앞둔 채 기억을 잊고 영혼이 된 6명과 사고 당시 참상을 알고 이들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인턴 의사의 모습을 담았다.

연극의 주 무대는 붕괴사고가 발생한 버스 안과 버스정류장, 병원 응급실 등이다. 당시 시공사였던 HDC현대산업개발도 등장한다.

이 연극은 현재 극단의 모태가 된 조선대학교 극 예술연구회에서 지난해 1월 1일 처음으로 무대에 올렸다. 이어 두 번째 무대(2022년 1월 22일)를 앞둔 지난해 1월 11일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 사고가 발생해 노동자 6명이 사망했다.

극단에서 기획을 맡은 이은샘씨는 “비슷한 참사가 연이어 발생해 충격이 컸다. 연극을 그만둬야 할까 팀원들과 고민했다”면서 “그러던 중 화정동 희생자 유가족의 지인분이 찾아와 계속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다독여 줘서 두 번째 공연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극단은 학동 건물 붕괴참사가 시민들에게 잊히지 않길 희망한다. 연출을 맡은 임채빈씨는 “학동 참사는 어느 누가 사고를 당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총체적 비리로 인한 사고’였다”라면서 “많은 이들의 원통한 죽음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학동 참사를 기억하고 안전 사회로 나아가는 초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극단 관계자는 “해당 연극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라며 “다만 학동 붕괴사고에 관한 관심이 시든다면 3주기, 4주기 때도 다시 연극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극 <덩달아 무너진 세상>은 9일 오후 7시, 10일 오후 3시와 7시 등 3차례 광주 동구 미로센터 극장2에서 열린다. 한편 학동 참사 2주기 추모식은 9일 오후 4시20분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 치러진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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