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니켈 전구체’ 국가핵심기술 지정…분쟁 새 국면
영풍 측 ‘중국 매각’ 부인했지만
향후 이익 실현 어려워질 수도
인수 시도 불가능해진 건 아냐
국민연금 등 제3지대 판단 주목
고려아연이 보유한 2차전지 양극재 핵심 원료인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됐다. 향후 외국 기업에 의한 고려아연의 인수·합병 승인 권한을 정부가 갖게 되면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MBK) 간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고려아연이 신청한 특정 전구체 제조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했다고 18일 밝혔다.
국가핵심기술은 ‘해외에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보장 및 국민 경제의 발전에 중대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로 정부가 특별 관리한다.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이 해당 기술을 외국 기업 등에 매각 또는 이전 등의 방법으로 수출할 때, 해외 인수·합병과 합작투자 등 외국인 투자를 진행할 때는 산업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9월 영풍·MBK와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한 당시 산업부에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했다.
업계는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최 회장 측의 국가기간 기업 보호 명분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모으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번 판정으로 고려아연은 순수 국내 기술로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전구체의 국내 자급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정부가 고려아연 인수·합병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고려아연 중국 매각설’이 끊임없이 제기돼온 영풍·MBK 측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동안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을 중국에 팔 수도 없고, 팔지도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향후 중국 등 해외로 재매각해 이익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어려움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영풍·MBK 측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가 불가능해진 것은 아니다. 현재 영풍·MBK 측 고려아연 지분율은 39.83%, 최 회장 측(우호 세력 포함) 지분은 약 34.65%로 영풍·MBK 측이 5%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다. 최근 최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용으로 내세운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하면서 지분율 역전에 실패한 결과다.
그러나 양측 모두 과반 지분에는 미치지 못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이르면 연말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대결로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지난 3분기 말 기준 7.48%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공단 등 ‘제3지대’ 주주들의 표심이 고려아연 경영권 다툼의 향배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풍·MBK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핵심기술 및 첨단전략기술 지정은 고려아연의 전구체 기술이 국가 경제 성장의 원천 중 하나로 입증됐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최대주주로서 고려아연의 핵심 기술들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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