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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탈세 기업과 9년 소송… 39억 추징 판결 받아낸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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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조해진 사무관 녹조근정훈장 제3회 적극 행정 유공자 포상

세금을 걷으려 잠복 수사를 하고, 탈세한 대기업과 9년간 소송도 불사한 조해진(51) 울산시 세정담당관 특별기동징수팀장(사무관)이 8일 녹조근정훈장을 수상했다. 조 사무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3회 적극 행정 유공 정부 포상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훈장을 받았다.

조선일보

제3회 적극 행정 유공 정부 포상 행사에서 녹조근정훈장을 받은 조해진 울산시 사무관. /울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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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사무관은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탈세한 민간 기업이 지방세를 내도록 만든 공(功)을 인정받았다. 지난 2014년 당시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은 경유를 수입·판매하면서 수입 유류에 부과하는 주행세 100억여 원을 안 내려고 이른바 ‘바지 수입업체’를 설립해 주행세를 체납한 뒤, 고의로 폐업하는 수법으로 탈세했다. 이 사실을 제보받은 조 사무관은 울산지검과 공조 수사를 벌여 대우증권 간부와 경유 수입사 대표 등 4명을 구속시키고, 대우증권에 민사소송을 제기해 악착같이 세금을 받아냈다. 9년간 재판 끝에 작년 8월 “지자체 168곳에 지방세 39억여 원을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이 중 5500만원을 받았다.

이 소송에 앞서 조 사무관은 해당 업체의 유류를 선제적으로 압류해 공매 절차를 거쳐 못 받은 세금 6억8000만원도 받아냈다.

그는 지난 1991년 낙동강 페놀 사태 이후 수질을 오염시킨 기업에 중과세를 부과하는 것을 보고, 대기 질을 오염시킨 기업도 세금을 더 내도록 하는 제도를 제안했다. 이를 근거로 2016년부터 연간 지방세수 110여 억원을 더 걷는 성과도 냈다.

2019년에는 국내 최초로 배타적경제수역(EEZ)인 바닷속에 설치된 시설물에 대해 지자체가 세금을 물리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도 했다. 3년 전인 2016년 울산시에 근무하던 조 사무관이 만든 지침에 따라 울주군이 앞바다에서 해상 광구(동해가스전)를 운영하는 한국석유공사에 취득세와 농어촌특별세 등 약 27억원을 부과했다. 지자체가 바다인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 시설물에 세금을 부과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에 석유공사는 “배타적경제수역은 지자체 행정구역이 아니므로 과세 대상이 아닌 데다, 관할도 지자체가 아닌 해수부 소관”이라며 반발했고, 울주군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조 사무관은 울주군과 함께 소송에 대응했고, 지난 2020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법원은 “바다 관리 주체를 해수부와 지자체로 나눈 것은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것이지, 지자체 과세권을 배제한다고 볼 수 없다”며 “취득세와 재산세를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고 했다. 재판 과정에서 조 사무관은 “일본이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지자체가 동해 과세권을 포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재판부를 설득했다고 한다.

이날 수상 후 조 사무관은 “시민에게 도움 되는 일을 했다는 것을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하다”며 “세금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하는 것이므로 앞으로 고액 체납자들은 끝까지 찾아내 한 푼이라도 더 징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울산=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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