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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재명, 이래경 사태에 "무한 책임" 말했지만... 선명해지는 '혁신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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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 우선주의' 친명 vs '중도 확장' 비명
깜깜이 선임에 '선수별 의견수렴' 요구도
오는 12일 의원총회에서 이견 분출 전망
'무슨 낯짝' 권칠승 "부적절한 표현" 사과
한국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특별법 제정 촉구 국회 앞 유가족 농성 시작 기자회견'을 마치고 국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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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자폭' 발언으로 임명 9시간 만에 낙마한 이래경 전 혁신위원장 논란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 내 계파 간 동상이몽이 선명해지고 있다. 혁신 방향은 물론 새 위원장 인선, 그리고 인사권자인 이재명 대표의 거취 등에 대한 이견이 분출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7일 이 전 위원장 사퇴에 대해 "결과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대표가 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래경 후폭풍에 따른 당내 갈등이 격화할 조짐을 보이자, 민주당은 당초 8일 상임위원장 논의를 위해 개최를 검토했던 의원총회 일정을 오는 12일로 미뤘다.

이래경 사태에 "무한 책임" 언급한 이재명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이 전 위원장의 사퇴에 대한 이 대표 책임론이 나온다'는 질문에 "당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당대표가 언제나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이 전 위원장을 졸속으로 선임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충분히 다 논의하고 하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비이재명계에서 요구하고 있는 거취에 대한 표명이 아닌 원론적인 답변이었다.

이 전 위원장 선임을 비판한 최원일 전 천안함장을 향해 "무슨 낯짝으로 그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권칠승 수석대변인도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날 "공당 대변인으로서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 장병과 유족을 비롯한 마음에 상처를 받은 모든 분들께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했다. 오후에는 의원실을 찾은 천안함 생존 장병인 전준영씨를 만나기도 했다.

중도 확장이냐 선명성 강화냐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당 쇄신을 둘러싼 친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 간 이견은 더욱 뚜렷해졌다. 계파 간 이견의 핵심은 혁신의 방향성이다. 정청래 최고위원 등 친명계와 지도부는 대의원제 폐지 등을 내세우면서 당원이 중심이 되는 혁신을 주장했다. 그러나 비명계 입장에선 혁신 대상으로 보고 있는 강성 팬덤의 입김을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필수조건인 중도 확장을 위한 혁신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이 전 위원장 사태도 혁신 방향에 대한 시각차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이 전 위원장의 과격한 주장은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이 바라는 선명성과 보다 가깝기 때문이다. 특히 외부 시선으로 당내 고질을 해결해줄 수 있는 인사가 아니라 이 대표와 친명계 주장만을 따를 인사를 선임한 게 아니냐는 비명계의 의구심만 키운 꼴이 됐다. 12일 의총은 친명·비명 간 이견이 재차 분출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

'깜깜이' 선임 실패에 '선수별 의견수렴' 제안


새 위원장 인선도 쟁점이다. 이 전 위원장 사례에서 보듯, 내부 보안을 이유로 발표 전날 저녁에야 최고위원들에게 공유되면서 검증이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당내에선 가급적 외부 인사 영입에 대한 공감대는 있지만 구인난이 걸림돌이다. 지도부에 속한 한 의원은 "칼질은 하면서 권한은 없는 자리인데, 누가 선뜻 나서겠느냐"고 말했다.

밀실 논의 대신 의원들의 공식 의견수렴을 통해 절차적 정당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종민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선수별 모임을 통해 다양한 얘기를 들어보면 교집합이 있을 것"이라며 "절차를 통해 신뢰를 수렴하고 총의를 모으는 구성을 하는 게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리더십 위기를 겪고 있는 이 대표와 친명계는 자신들을 견제할 인사가 선임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한국일보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천안함 함장 비하 발언에 대해 천안함 장병과 유족들에게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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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방향과 새 위원장 인선에서 이견이 격화할 경우, 이 대표의 퇴진론은 재차 제기될 수 있다. 이상민 의원은 "혁신위를 구성한다고 해도 이번 사태에서 드러났듯 자기 쪽에 기운 사람을 위촉하는 것은 본능에 가까운 것"이라며 "진정으로 당을 혁신하길 원하고 본인이 사심을 버렸다고 한다면 자신에게도 칼날을 겨눌 수 있는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고 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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