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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신태용 매직' 인도네시아, '파리행 기적'까지 한 걸음 남아... "기쁘지만 한편으론 처참하고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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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U-23 아시안컵서 한국에 승부차기 끝 승리
6년 전 독일 상대 '카잔의 기적' 신태용 감독
'도하의 기적'으로 아시아 거함도 격침
4강전 승리 시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 확정
한국일보

신태용(오른쪽 두 번째) 인도네시아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이 26일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경기에서 승리한 후 한국 선수들과 인사하고 있다. 도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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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카잔의 기적’을 연출했던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이 이번에는 카타르 도하에서 새 역사를 썼다.

신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12명씩 나서는 승부차기 접전 끝에 11-10으로 한국에 승리하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신 감독은 경기 후 "기쁘고 행복하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처참하고 힘들다"면서 "하지만 지금 나는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맡고 있다. 인도네시아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밤잠 설치고 응원해 준 인도네시아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모두의 예상을 깬 ‘언더도그의 반란’이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처음으로 U-23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한 인도네시아는 A조 조별리그에서 2승 1패 승점 6을 챙기며 조 2위로 8강에 진출했다. 개최국 카타르에 0-2로 졌지만, 호주(1-0)와 요르단(4-1)을 꺾으며 이변의 초석을 다졌다. 8강에서도 신 감독의 조국 한국을 상대로 탄탄한 조직력을 선보이며 4강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마치 신 감독이 연출한 6년 전 경기를 되풀이하는 듯했다. 단, 당시에는 그가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었다. 한국은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김영권(울산)과 손흥민(토트넘)의 골을 앞세워 ‘디펜딩 챔피언’ 독일에 2-0으로 승리했다. 한국팬들은 경기가 열린 도시의 이름을 따 이날 승리를 '카잔의 기적'이라 불렀고, 독일은 이 패배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도하의 기적’은 ‘카잔의 기적’ 때보다 더욱 압도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신태용호는 슈팅 숫자에서 21-8로 앞섰고, 점유율에서도 53-47로 우위를 보였다. 수비 상황에서도 촘촘한 간격을 유지하며 한국을 압박했고, 한국 선수들은 이렇다 할 활로를 찾아내지 못했다.

인도네시아 축구가 급성장한 데에는 신 감독의 역할이 컸다. 그는 2019년 감독 부임 후 팀을 정비해 아세안축구연맹(AFF)컵 준우승, 아시안컵 본선 진출 등을 이끌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173위에서 134위까지 점프하는 등 아시아 축구의 다크호스로 자리매김했다.

만약 인도네시아가 준결승에서도 승리한다면 2024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 짓는다. 이번 대회 3위까지는 본선 진출권을 바로 받는다. 최종 4위가 되더라도 U-23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4위팀인 기니와의 ‘단두대 매치’를 통해 올림픽 티켓을 따낼 수도 있다. 인도네시아가 파리행 티켓을 따내면 신 감독은 1956년 멜버른 대회 이후 68년 만에 인도네시아를 올림픽 본선 진출로 이끈 주인공이 된다.

인도네시아축구협회는 신 감독과의 동행에 힘을 쏟고 있다.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축구협회 회장은 한국과의 경기가 열리기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신 감독과 악수하는 사진을 올리고 “우리는 2027년까지의 대표팀 프로그램을 논의했고, 함께 일하기로 했다”고 적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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