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최종 후보자로 오동운 변호사(55·사법연수원 27기)를 지명하면서 공수처는 1기에 이어 2기도 판사 출신이 수장을 맡게 됐다.
오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보다는 연수원 기수가 4기수 아래로, 부산지법 판사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울산지법 부장판사,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 등을 거쳤고 헌법재판소에 파견돼 근무하기도 했다. 경남 산청 출신으로 부산 낙동고와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해 윤 대통령과 학연과 지연으로 얽히지 않는 오 후보자는 법조인 활동을 하면서도 윤 대통령과 별다른 접점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 후보자는 “여러모로 공수처가 어려움에 처한 시기에 처장 후보자로 지명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고위공직자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국민적 열망과 기대를 안고 설립된 공수처지만 지난 3년 동안 그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하였다는 점,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명실상부 독립적 수사기관으로서 권력기관을 견제하고 부패범죄를 일소하는 책임과 역할을 다하여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깊이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미성년자 상습 성폭행범을 변호했던 전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오 후보자는 2018년 4명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남성의 재판을 변호한 바 있다. 이 남성은 2017~2018년 12세, 10세 소녀를 각각 숙박업소로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고, 10세 소녀를 유인해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 9세 소녀에게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도 받았다.
당시 오 변호사를 포함한 변호인단은 “피해자 동의하에 피해자의 속옷 밖에서 성기를 문지른 것”이라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지만, 1심 법원은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2심에선 징역 7년으로 감형돼 대법원에서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공수처장 후보 2인 압축 이후 변호 이력이 논란이 되자 오 후보자는 “(미성년자 성폭행 부분보다) 절차적, 법리적인 문제에 더 집중해 변론한 사건”이라고 해명했다.
오 후보자와 함께 2인 후보로 추려졌던 검찰 출신 이명순 변호사(57·사법연수원 22기)는 최종 낙마했다. 윤 대통령과 불법 대선자금 수사팀에서 근무한 이력과 ‘우검회’라는 친목 활동을 한 점이 중립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판사 출신이 연이어 수장을 맡게 되면서 공수처의 수사 능력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공수처장 임명 이후 차장검사 인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현재 공수처 수사1~4부 부장검사 전원이 검찰 출신인 만큼 판사 출신 처장이 또 임명돼도 수사력에는 큰 문제가 없을 거란 전망도 있다.
한편 공수처는 이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고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핵심 피의자인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유 관리관은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전화를 걸어 채 상병 사망 관련 수사 내용을 축소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 관리관이 경북경찰청에 수사기록 회수 요청 전화를 건 날 이시원 대통령실공직기강비서관과 통화했다는 의혹도 최근 제기된 상태다. 유 관리관에 조사를 마친 공수처는 조만간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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