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클리시우카 인근 전선에서 군사용 차량이 파괴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날 러시아측은 "우크라이나군이 대규모 군사작전(대반격)을 시작했다"고 주장했지만, 우크라이나는 "가짜 뉴스"라며 반박했다./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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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4개월째에 접어든 가운데, 서방으로부터 막대한 무기 지원을 약속받은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막 오를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이미 대규모 군사작전을 시작했으나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우크라이나는 “가짜 뉴스를 동원한 러시아의 교란 작전”이라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실제 대반격이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세계는 여름철을 앞두고 러시아에 대한 대반격을 예고해온 우크라이나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5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전선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가 그동안 준비해 온 ‘대반격’의 막이 올랐다는 추측이 나왔다. 키이우 포스트 등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들은 이에 “우크라이나의 대공세를 미리 평가절하하려는 러시아의 과장된 반응”이라며 “러시아의 주장을 계기로 대반격이 시작됐다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타스 통신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공격 정황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우크라이나군이 4일 오전 동부 도네츠크주 남부 지역에서 2개 기계화 여단 소속 2개 전차 대대와 6개 기계화 보병 대대를 투입해 총 5개 방향으로 ‘대규모 공세’를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적의 목표는 (집중 공세를 통해) 전선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돌파, 러시아의 동부 방어선을 무너뜨리려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그들의 대공세는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매체들은 우크라이나군은 탱크 15대와 보병전투차 3대, 장갑차 21대를 잃었으며 사망자 250명을 내고 퇴각했다고 전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의 탱크가 불타는 영상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는 타스 통신의 첫 보도가 나온 후 약 13시간 후에 러시아의 주장은 가짜라고 공식 반박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러시아의 주장과 관련해) 우리는 아무 정보가 없다”며 “우리는 가짜 정보에 대해 코멘트(언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의 전쟁범죄와 민간인 공격을 비난하는 메시지를 발표했지만 대반격이나 러시아 측 주장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을 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대반격을 하더라도 ‘선언’은 없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실제 대반격이 시작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지난 4일 “계획은 침묵을 사랑한다”며 “별도의 (대반격) 개시 선언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BBC 등은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대반격 작전에 대한 정보 유출이나 각종 소문이 적(러시아)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작전상 정보에 대해 침묵해달라’는 대국민 담화도 내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규모 전투가 계속되는 와중에 서서히 공격 강도가 높아지다 어느 순간 동시다발적으로 맹공격을 쏟아내며 ‘대반격 중’이라고 밝힐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전선 곳곳에서 산발적 공격을 늘려가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에 따르면 이날 도네츠크뿐만 아니라 루한스크 지역 등 동부 돈바스 전선에서 총 29회의 전투가 벌어졌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도 “우리 군대가 바흐무트를 향해 전진하고 있으며 도시 근처의 러시아 진지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반격을 앞두고 최근 연이은 해외 순방을 통해 추가 무기 지원을 여러 나라로부터 약속받았다. 미국으로부터는 오랫동안 지원을 요구했던 F-16 전투기 지원 허가를 따냈다. 추가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과 AIM-7 공대공미사일, 스팅어 지대공미사일 등도 받기로 했다. 한국으로부터는 지뢰 제거 전차도 제공받기로 했다. 미국·영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은 수십만발에 달하는 155㎜ 포탄을 본격적으로 공급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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