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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위기 10대 여성’이 관악구를 찾은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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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달 26일 서울시 관악구 도림천 수변공원에서 열린 ‘쇼미더잡스’ 축제 전경. ‘위기 10대 여성’을 위한 직업체험과 주거권 상담 등을 위한 부스가 차려졌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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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가명·21)씨는 고등학생 때 가정폭력으로 집을 나왔다. 처음엔 길거리나 빌라 주차장, 계단에서 자며 버텼다. 그러다 지인의 소개로 2017년 서울시가 개최한 ‘위기 10대 여성’을 위한 직업체험축제 ‘쇼미더잡스’를 찾았고, 이곳에서 ‘위기 10대 여성’을 지원하는 시립 관악늘푸른교육센터의 존재를 알게 됐다.

그는 지난달 26일 서울시 관악구 도림천 수변무대 일대에서 4년 만에 열린 ‘쇼미더잡스’ 축제를 다시 찾았다. 이번엔 방문객이 아니라 공연을 선보이는 밴드 참가자다. 이씨는 “센터에서 밴드 수업을 들으며 노래·기타·드럼을 배웠고 재능을 발견해 진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축제는 이씨처럼 가출을 했거나, 성매매 피해 경험 등이 있는 위기 10대 여성의 진로 고민을 해결하고 주거권과 성착취 문제 등을 안내하는 차원에서 열렸다. 이날 축제 부스에 상담과 안내를 받기 위해 찾아온 사람은 1575명으로 사상 최다였다.

시립 관악늘푸른교육센터의 이연화 센터장은 이런 호응이 코로나19를 거치며 사회적 단절이 심화해 나타난 결과라고 본다. 유독 위기 10대 여성이 두드러지게 겪는 문제도 있다. 이 센터장은 “이들은 숨어 있다 보니 기존 복지제도에선 잘 드러나지 않고 경제적 기반이 취약하다. 여기에 스마트폰 중독까지 맞물려 성매매에 노출·유입될 가능성이 커졌고 우울증 등 심리적인 문제도 증폭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성가족부의 2019년 실태조사를 보면 가출 청소년이 조건만남을 경험하는 대표적인 경로가 채팅 앱 등 온라인이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10대 후반 여성의 자해 비율이 3배 이상 높아졌다는 대구가톨릭대병원 서영우 교수팀의 연구 결과도 있다.

최근 ‘우울증 갤러리’ 사건이나 디지털 성범죄처럼 위기 10대 여성이 피해자가 된 사건이 잇따라 보도됐지만, 정작 이들이 평소에 겪는 어려움은 부각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에 이슈화된 여러 사건은 위기 10대 여성에겐 언제나 존재해왔던 문제”라며 “그런 사건을 만들어내는 환경을 바꿔야 하는데, 정작 관련 정책을 마련하는 데는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위기 10대 여성 지원 조례’와 ‘아동·청소년 성착취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조례’를 시행하면서 ‘성착취’를 폭넓게 정의해 피해 지원 범위를 늘렸지만, 인력 부족 등은 서울시와 늘푸른교육센터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 센터장은 “4명의 담당 교사가 45명 안팎의 사례를 관리하는데, 교육부터 돌봄까지 모두 맡아야 해 업무의 과부하가 심각하다. 전문성 있는 인력을 채용하고 싶어도 시의 예산 지원만으로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사회와 여러 기관이 협력하는 돌봄 생태계가 보존돼야 아이들이 그 안에서 소속감을 갖고 자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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