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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시위와 파업

“의뢰인과 변호사가 공범” 1인 시위 벌인 유흥업소 실장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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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권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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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알선 사건의 가해자로 기소된 후 피해자 측 변호인에게 앙심을 품고 수차례 1인 시위를 벌인 남성이 손해배상금을 물어주게 됐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재판장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18일 피고 A씨가 원고 이은의 변호사에게 2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 사건의 시작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성애자 전용 유흥업소 실장이었던 A씨는 접객원에게 손님과의 성매매를 권유했다는 혐의로 고소당했다. 이 변호사는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요청을 받아 성폭력 피해자 대리인으로 법률 지원을 하게 됐다. A씨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으나 2018년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의심된다며 무죄를 선고받았다. A씨를 고소했던 이 변호사의 의뢰인은 위증죄로 벌금형을, 무고죄로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2017년부터 2년 동안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버 카페, 블로그, 페이스북 등에 이 변호사를 향한 비방글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A씨는 “이은의 변호사의 이중성을 고발한다”거나 이 변호사를 “비윤리적인 변호사” “무고범죄자” 등으로 칭했다. 또 “국선변호인은 정해진 보수 이외에 별도의 보수를 요구할 수 없음에도 형사사건 합의금 일부 부당하게 편취했다” “변호사법을 위반했다” “무고범죄를 저질렀다” “위증임을 알고서도 위증을 교사했다” 등 200개 넘는 글을 올렸다. 이 변호사가 기고하는 언론 매체나 강의 기관에 “이은의 변호사를 해촉하라” “강연 취소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고, 광화문광장과 대법원, 서울중앙지법 등 8곳에서 1인 시위도 벌였다.

참다못한 이 변호사는 2019년 A씨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이 변호사는 대중의 관심을 끄는 활동을 하고 있고, 그로 인해 강연 등 영리활동을 하고 있으므로 대중으로부터의 비판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며 “이 변호사 의뢰인 유죄 판결문 내용을 토대로 이 변호사를 비판한 건 허위사실에 근거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은 대부분 허위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 게시 횟수도 매우 많다”며 “강연, 재판 일정을 파악해 따라다니면서 1인 시위를 함으로써 이 변호사가 상당한 위협 및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A씨의 주장과 관련 무혐의 처분과 진정기각 결정을 받았는데도 A씨는 이후에도 150여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온라인 게시판에 같은 취지의 글을 게시했다”며 “모든 사정을 고려하면 A씨의 행위는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변호인으로서 변론 활동을 하는 것이었음에도 A씨는 지속적으로 사과를 요구했고, 이를 들어주지 않자 앙심을 품고 이 변호사를 비방하기 위한 목적이었기에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였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이씨에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A씨는 이와 관련 항소와 상고까지 했으나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소비용과 상고비용 모두 A씨가 부담하게 됐다.

이 변호사는 재판과 관련 “변호사의 안전을 위협하는 여러 비뚤어진 공격과 침해의 수준이 얼마나 심각한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누군가는 다툴수록 구설수가 많아져 변호사만 손해라거나, 변호사니 포용하는 게 정의로운 것이라 말한다”며 “하지만 피해자를 조력하는 변호사가 입는 부당한 피해를 묵과하는 게 변호사의 미덕이나 정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이번 대법원 판결이 각자의 자리에서 사명감을 갖고 업무해나가는 대개 변호사들의 안전한 삶에 작은 기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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