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 전쟁 초반과 달리
"우크라 지원" 적극적 목소리 내
5월 31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마크롱은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한 싱크탱크 주최로 열린 포럼에 연사로 참석해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 같이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은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만난 모습.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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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은 “오늘날 우크라이나가 유럽을 보호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나토로부터 안전을 보장받는 것이 서방의 이익”이라고 말했다. 이어 “곧 개최될 나토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가시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안전보장을 제공하는 이슈가 다뤄질 것”이라며 “나는 그것에 찬성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나토 정상회의는 7월 11, 12일 이틀간 북유럽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열린다.
‘나토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는 진단은 4년 전에 마크롱 본인이 내린 것이다. 1949년 출범한 나토 창립 70주년을 맞아 2019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마크롱은 “나토 동맹국들이 전략적 결정을 내릴 때 상호 합의를 구하지 않는다”며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나토가 뇌사 상태에 빠져 있다”고 꼬집었다.
이는 나토의 맹주에 해당하는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을 내세워 동맹을 경시하는 태도를 취했고 자연히 나토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다른 나토 동맹국들한테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고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일방적으로 미군을 철수시킨 결정이 대표적이다.
마크롱의 발언에 트럼프는 발끈했다. 그는 “매우 모욕적이고 아주 못된 말”이라며 마크롱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2017년 트럼프 취임 후 한동안 유지됐던 트럼프와 마크롱의 ‘브로맨스’는 이로써 끝장이 나고 마크롱은 독일, 캐나다 등 다른 주요국 정상들과 더불어 반(反)트럼프 전선에 합류했다.
반면 푸틴은 마크롱의 발언을 크게 반겼다. 과거 냉전 시절 소련(현 러시아)을 겨냥해 만들어진 나토의 분열은 푸틴 입장에선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마크롱은 ‘뇌사’ 발언과 동시에 “러시아가 과연 나토의 ‘적’(敵)인가”라고 물으며 기존 나토 노선의 재검토를 요구해 푸틴을 기쁘게 만들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5월 20일 일본 히로시마 G7 회의장에 도착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젤렌스키는 프랑스 공군이 자신을 안전하게 호송해준 점에 대해 마크롱한테 감사의 뜻을 표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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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한동안 갈팡질팡 하는 모습을 보여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빈축을 샀다. 미국, 영국 등이 신속히 우크라이나를 위한 군사원조에 나선 것과 달리 프랑스는 무기 지원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마크롱은 중재자를 자처하며 푸틴과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성과는 전혀 없었다. “러시아가 굴욕감을 느끼게 해선 안 된다”는 마크롱의 발언은 ‘대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중에서 누구 편이냐’는 반발에 직면했다.
이번에 마크롱이 “푸틴 때문에 나토가 뇌사 상태에서 깨어났고,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나토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프랑스의 태도가 전과는 사뭇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마크롱은 최근 프랑스를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적극적인 무기 지원을 약속했다. 또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원하는 젤렌스키가 안전하게 히로시마까지 갈 수 있도록 프랑스 정부 전용기를 빌려주는 호의를 베풀기도 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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