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수도 앙카라에서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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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놓고 미국·서방 진영과 튀르키예 간 샅바 싸움이 치열하다. 튀르키예의 철권 통치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가입 승인을 미적거리며 ‘몸값 높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국제 사회의 시선은 7월 리투아니아 수도 빌니우스에서 개최될 나토 정상회의로 쏠리고 있다.
30일 로이터통신과 나토 사무국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외교장관은 최근 31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개막하는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 불참한다고 통보했다. 이번 외교장관 회의는 7월 11~12일 빌니우스에서 개최되는 정상회의에 앞선 예비 회담 성격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국면에서 스웨덴의 나토 가입 문제를 빨리 매듭짓기를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 정작 스웨덴 가입에 제동을 걸고 있는 튀르키예가 장관급 회의에 빠지게 되면서 ‘앙꼬 빠진 회의’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튀르키예는 작년부터 스웨덴이 쿠르드계 무장단체를 보호하고 있다며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거부하고 있다. 스웨덴은 튀르키예를 안심시키기 위해 반테러법을 제정하는 등 조치에 나섰지만, 최근 튀르키예가 대선 선거 기간에 들어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 논의는 답보 상태였다. 대선은 28일 에르도안의 승리로 마무리됐지만, 튀르키예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며 협의에 곧장 나서지 않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30일 기자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한 그가 오슬로에 오지 않는 이유는 이번주에 의회 구성이 있어 (튀르키예의 수도)앙카라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이게 정치적인 메시지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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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스웨덴이 가능한 한 빨리 정회원이 되도록 에르도안 대통령과도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눴으며, 보장할 순 없지만 빌니우스 정상회담에서 결정을 내리는 게 절대적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후 발언을 “스웨덴의 가입 문제 해결이 도달 범위 내에 있다는 의미”라고 정정했다.
미국은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29일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스웨덴 가입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백악관은 에르도안의 연임에 대한 당선 축하 전화라고 설명했지만, 실상은 독촉 전화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에서 델라웨어 사저로 가는 길에 취재진에게 “나는 에르도안에게 축하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F-16(전투기)와 관련한 작업을 하고 싶어했다. 나는 그에게 우리는 스웨덴을 처리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니 그걸 마무리 짓자고 했다”고 말했다.
튀르키예는 200억 달러(약 26조 4700억원) 규모로 미국의 F-16 전투기 약 80대를 구입하기를 희망해왔지만 이를 위해선 미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튀르키예의 스웨덴 문제 해결과 미국의 F-16 판매 승인이 연동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를 두고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30일 “스웨덴의 나토 가입과 F-16의 판매는 조건부가 아니다”며 부인했다.
같은 날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스웨덴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바이든 정부’라고 할 때 우리는 두 문제를 연결하고 있진 않다. 의회에선 일부 움직임이 있다”고 발언했다. 백악관의 단호한 입장과 달리 의회는 두 문제를 연동할 수 있다는 취지로 여지를 남겼다. 블링컨 장관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과 관련해 우리는 앞으로 몇 주안에 이 과정이 완료되길 기대하며, 그것은 그렇게 돼야만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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