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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물가와 GDP

삼겹살·고등어·설탕 ‘물가잡기’ 총력전…수입 관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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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달 2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돼지고기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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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돼지고기·고등어 등 ‘국민 먹거리’ 품목 일부를 콕 집어 수입 관세를 낮추기로 했다. 이미 관세를 낮춘 품목이 많아 자칫 물가도 잡지 못하고, 세수(국세 수입)만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30일 국무회의에서 6월부터 농·축·수산물 7개 품목의 할당관세를 낮추거나, 기존 적용 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주요 대상은 서민이 값싸게 즐겨 먹는 돼지고기·고등어를 비롯해 식품 재료로 널리 쓰는 설탕·원당(설탕 원료)과 소주의 주원료인 조주정(粗酒精) 등이다.

할당관세는 일정 수량의 수입품에 대해 한시적으로 관세율을 낮춰 주는 제도다. 주로 특정 품목의 물가가 단기간 급등했을 때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활용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였다. 할당관세를 낮추기로 한 돼지고기(4.2%), 고등어(13.5%), 설탕(12.9%) 등의 가격 상승률은 평균보다 훨씬 높았다.

박경찬 기재부 산업관세과장은 “단기적으로 공급량이 부족하거나 국제 가격이 급등한 품목의 할당관세를 낮춰 서민의 먹거리 물가 부담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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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구체적으로 돼지고기의 경우 할당관세 0%를 기존대로 유지하되, 적용 기간을 6월 말에서 12월 말로 6개월 연장한다. 적용 물량도 4만5000t 늘렸다. 돼지고기는 야외활동 증가로 삼겹살 소비가 늘면서 가격이 올랐다. ‘국민 생선’ 고등어는 할당관세를 기존 10%에서 0%로 낮춘다. 적용 기간도 5월 말에서 8월 말로 연장하고, 적용 물량은 1만t 늘린다. 주요 수입국인 노르웨이에서 어획량이 급감해 물가가 오른 영향을 최소화하는 취지다.

가공식품과 음료 등 원재료로 쓰는 설탕은 할당관세를 기존 5%에서 0%로 낮춘다. 기후변화로 세계 각국에서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설탕이 물가를 자극하는 ‘슈거플레이션(슈거+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소주 등 원료로 쓰는 조주정은 올해 하반기까지 할당관세 0%를 적용한다. ‘식당 소줏값 6000원’ 부담을 고려했다.

이밖에 농가의 사룟값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축용 배합사료로 쓰는 주정박(15만t)과팜박(4만5000t)에 대해 할당관세 0%를 적용한다. 생강은 9월 말까지 시장접근 물량을 1500t 늘린다. 시장접근 물량은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는 물량이다. 생강은 시장접근 물량 내에서 관세율 20%, 그 외에는 377.3%를 적용한다.

할당관세의 정책 효과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효한 이후 농업 부문 관세철폐율은 지난해 기준 97.9% 수준이다. 이미 수입 농산물 대부분을 무관세(관세 0%)나 낮은 관세율로 수입하고 있는 만큼 효과가 작다는 의미다. 올해 1분기(1~3월) 관세수입액이 1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관세수입액(2조8000억원)보다 대폭 감소한 상황이라 세수 부족 우려도 있다.

국산 농축산물에 대한 ‘역차별’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한돈 농가가 수입산 돼지고기 할당관세 적용을 반대한다. 손세희 대한한돈협회장은 ”돼지 도매가격은 내려갔는데 소매가는 삼겹살 1인분(200g) 가격이 2만원에 육박할 정도라 농가와 소비자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할당관세 혜택을 늘리면 물가가 내리기보다 수입산 돼지고기의 시장 점유율만 높이고 수입업체와 유통업계에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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