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실제 통화 여부와 상관없이 공포심 일으키는 행위는 스토킹"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22.05.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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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후 처음으로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았더라도 부재중 전화를 남기면 스토킹으로 인정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일부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전화를 걸어 피해자 휴대전화에 벨 소리가 울리게 하거나 부재중 전화 문구 등이 표시되도록 해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는 실제 전화 통화가 이뤄졌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스토킹 행위에서 배제하는 것은 우연한 사정에 의해 처벌 여부가 좌우되도록 하고 처벌 범위도 지나치게 축소시켜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연인 관계이던 피해자와 돈 문제로 다툰 뒤 휴대전화 번호가 차단당하자 다른 사람 번호로 연락을 시도하는 등 9차례 메시지를 보내고 29차례 전화한 혐의(정보통신망법·스토킹처벌법 위반)로 기소됐다.
1·2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다만 2심은 피해자가 받지 않았던 전화 통화 시도는 스토킹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피해자의 휴대전화에서 벨소리가 울렸더라도 피해자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면 피고인이 정보통신망을 통해 피해자에게 '음향'을 보냈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상대방 전화기에 울리는 벨 소리를 정보통신망법상 처벌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2005년 대법원 판례가 근거가 됐다.
그러나 2021년 10월부터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후 부재중 전화 기록이나 벨 소리를 남기는 행위도 스토킹으로 판단한 하급심 판례가 나왔고 대법원 역시 이번 판결을 통해 판단을 달리했다.
대법원은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피해자에게 송신되는 음향 자체가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내용일 것을 요구하지만, 스토킹처벌법상 스토킹 행위는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말·음향·글 등을 도달하게 하면 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는 적어도 전화를 받지 않을 경우 피해자의 휴대전화에서 벨소리나 진동음이 울리거나 부재중 전화 문구 등이 표시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며 "그러한 결과의 발생을 용인하는 의사도 있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주경제=백소희 기자 shinebaek@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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