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벨기에에 이어 유럽의회도 반발
벌목으로 맨 땅이 노출된 독일 중서부 프랑크푸르트 인근의 타우누스 산맥.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생태계 복원 정책 추진에 반발이 커지고 있다. 프랑크푸르트/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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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 간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을 잇따라 도입한 유럽연합(EU)이 생태계 복원 정책 도입에 나서자, 경제 악영향 등을 내세운 반발이 커지면서 내부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28일(현지시각) 유럽의회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럽연합 회원국 지도자들과 유럽의회 의원들 사이에서 환경 복원 정책 속도 조절론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내년 6월6~9일의 의회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을 의식한 정책 견제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유럽의회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회원국 정부로 구성된 유럽연합 이사회와 함께 유럽연합의 정책을 결정하는 한 축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은 질소 비료 등으로 오염된 육지와 바다 생태계 회복을 위해 농업과 어업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환경 오염으로 파괴된 땅과 바다의 20%를 복원하고 2050년까지는 전체 생태계 복원을 추구하는 내용의 새로운 규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농약·살충제 사용을 의무적으로 50% 줄이고 공원과 놀이터, 학교에서는 농약·살충제를 완전 금지하는 안도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가 최근 입법 중지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유럽연합이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55% 줄이기 위한 각종 기후 관련 규제법을 통과시킨 상황에서 생태계 복원 규제까지 더해지면 산업계가 감당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후 변화와 무관한 사안에 대해서는 너무 나가지 말자는 것”이라며 “(환경 보전 같은) 다른 쟁점도 중요하지만, 단계적인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이달 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기존에 확정된 환경 정책 이행에 집중하면서 새 정책 도입은 미루자고 주장한 데 이어 나온 속도 조절론이다.
두 지도자의 주장에 유럽의회 의원들도 호응하고 나섰다. 유럽의회 내 최대 정당인 중도 성향의 ‘유럽국민당’(EPP)은 환경 보전을 위한 새 규제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생태계 복원을 위해 농지를 포기할 경우 식품 가격 상승은 물론 수입 증가에 따른 농가 피해도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에그프리에드 무레샨 ‘유럽국민당’ 부의장은 “이 요구는 예외적인 조처이며, 유럽의회가 농민, 어민,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태롭게 할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앞서 유럽의회의 어업위원회와 농업위원회도 이 법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프란스 티메르만스 기후 변화 담당 유럽연합 집행위 부위원장은 기후 변화와 환경 보전은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녹색 딜’은 지지하지만 자연 복원의 포부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둘은 개별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아니다. 자연 부분이 받쳐주지 않으면 기후 부분도 유지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의 환경 복원 정책은 유럽의회 선거와 맞물리면서 당분간 타협의 돌파구를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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