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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교도소 습격이 민주화정신?···‘5·18 조롱·왜곡’ 현수막, 지자체는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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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5.18 민주화운동 43주년을 맞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 자유당이 조롱 현수막을 게시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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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대로변에 5·18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게시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는 “철거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손을 놓고 있어 민주화운동에 관한 왜곡된 인식이 확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현재 서울 중구 서울시청 옆,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 서대문구 경찰청 인근 등에는 ‘자유당’ 명의로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는 상태다. 현수막에는 “무기고 털어서 총도 좀 훔쳐주고 장갑차도 훔쳐 타고 교도소 습격도 해주고 / 도청에 다이너마이트도 설치하고 방송국 방화쯤은 해줘야 / 5·18민주화운동이라고 할 수 있지··”라는 내용이 적혔다.

자유당 관계자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우리나라 공무원들에게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고자 서울시청, 대검찰청, 대법원 등에 현수막을 걸었다”며 “사실을 게시한 것이기 때문에 혐오 정서를 유발한다는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구청 등 지자체는 직접 현수막을 철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법 개정으로 정당은 별도 신고나 허가 없이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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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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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청 관계자는 “해당 현수막의 게시 기간은 29일까지로 파악된다. 지금까지 관련된 민원이 4건 들어왔지만 정당 현수막이라서 뗄 수 없다고 답변했다”며 “작년에 법이 바뀐 뒤로는 정당이 부착한 현수막은 지자체에서 함부로 철거할 수 없다”고 했다. 정당 현수막을 관리하는 중구 선거관리위원회는 “다른 법률을 위반했는지는 변론으로 하고 (본 현수막은) 정당법 31조 2항에서 보장하는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역사 왜곡’을 주 내용으로 하는 정당 현수막이 내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자유당 등 4개 정당은 지난 3월에도 제주도에 “제주 4·3운동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해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했다. 제주시는 시민단체의 현수막 철거 요구에 ‘법적으로 현수막을 뗄 권한이 없다’고 난색을 표했으나, 여론이 악화하자 현수막 내용이 ‘제주 4·3특별법’을 위반했다며 현수막을 직접 철거했다. 그러자 자유당 등은 정당법, 옥외광고물법 위반으로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을 고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역사 왜곡’ 내용이나 ‘혐오 문구’ 등을 담은 현수막은 제재할 규정을 별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귀옥 한성대 사회학과 교수는 “당시의 계엄군이 시민을 대상으로 자행한 잔학한 토벌행위 등 상황적 맥락은 보지 않고 시민의 자위권적 정당방위 행위만을 떼어내서 ‘폭력’이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사회적으로 ‘민주화운동’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형성됐음에도 이런 현수막을 내건 것은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유가족들에 대한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언어적 폭력행위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시민사회에서 이에 대해 적극 문제를 제기하고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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