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한은 이창용 "재정·통화로 저성장 해결? 나라 망가지는 지름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저성장 문제를) 재정·통화정책 등 단기정책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경제가) 이미 장기 저성장 구조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저출산ㆍ고령화가 워낙 심하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중앙일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는 “재정ㆍ통화정책은 단기적으로 경제를 안정화하는 수단이고, 우리 경제가 어떻게 잘 되느냐는 사회적 타협을 통한 구조개혁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Q : 한국경제가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에 빠진 것 아닌가? 주력해야 할 중장기적 과제가 있다면.

A : 우리는 이미 장기 저성장 구조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저출산 고령화가 워낙 심하기 때문이다. 이 큰 추세에서 벗어나기에는 이미 와 있는 현실이고, 대응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 낮은 성장률 때문에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 등이 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데 5∼10년 내 노후 빈곤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다. 해결하려면 노동·연금·교육을 포함해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우리의 문제는 개혁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이해당사자 간 사회적 타협이 어려워서 진척이 안 된다는 것이다.

A : 예를 들면, 교육 개혁도 고3 때 평생의 전공을 정하는 건 말도 안 된다. 대학 가서 여러 개를 보고, 결정해야 하는데 학과 정원 등을 공급자가 정한다. 연금 개혁도 중요하다. 여러 정부에서 위원회를 만들었지만 민감하니 모수는 빼고 이야기한다. 저출산·노인 돌봄 문제를 생각하면 이민, 해외노동자 활용, 임금체계에 대한 논의도 필요한데 진척이 없다. 우리 수출도 반도체 수출이 안 된다고 하는데 서비스 수출도 있다. 우리 의료산업이 얼마나 많이 발전했나. 10년 전부터 의료산업 국제화를 통해 서비스업 발전하자고 했는데, 우리가 한 걸음도 못 가는 사이에 태국과 싱가포르는 지역에 의료 허브가 되어 있다.

A : 이런 것을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니 결국 ‘돈 풀어서 해결하라’, ‘금리 낮춰서 해결하라’ 하면서 재정정책·통화정책으로 부담이 온다. 절대 그래선 안 된다. 재정ㆍ통화정책은 단기적으로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잘 되느냐는 구조개혁, 이해당사자들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타협해 나갈지, 그것을 해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거기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재정ㆍ통화정책을 통해 해결하라고 하면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다.
중앙일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금융시장에선 올해 안에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A : 시장의 연내 인하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다는 게 금통위의 의견이다. 소비자물가는 예상대로 둔화하고 있지만, 근원물가의 둔화 속도가 더디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지, 계속할지 여부가 국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Q : 시장은 금리 인상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본다.

A : 한은이 금리를 동결시켜 놓고 앞으로 절대 올리지 않을 텐데 겁만 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호주 중앙은행도 금리 인상을 멈추고 지켜보겠다고 했다가 지난달에 올렸다. 한국도 물가 등 데이터를 보고 판단할 것이다. 절대로 못 할 거라고 생각하진 말아 달라.
중앙일보


Q : 미국 기준금리 결정에 대한 전망과 대응 방향은.

A : Fed가 어떻게 금리를 결정할지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먼저 결정하기보다 영향을 보고 결정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미국 금리에 기계적으로 따라간다는 게 아니라,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이 국제 자본 흐름이나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결정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Q :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에 가까워진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금리 인하를 검토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A : 연말까지 3% 안팎에 수렴할 가능성은 지난달보다 더 명확해지고 있다. 그러나 3%를 넘어 연말 이후 목표인 2%까지 내려갈지는 오히려 확신이 줄었다. 지금 근원물가의 움직임을 보면 서비스 분야와 고용이 양호해 그동안 올라간 각종 비용이 소비자에 전가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3%)에서 3.3%로 올렸다.

Q :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하향 조정한 요인은.

A : IT와 반도체 경기, 중국 경제 회복이 연기되고 있다. IT 분야를 제외한다면 성장률이 1.8%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래도 지금 전망대로라면 ‘상저하고’ 흐름은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선진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평균 1.3%고, 한국처럼 제조업 중심의 에너지 수요가 많은 국가에서 이정도 성장을 할 수 있다면 이를 비관적인 전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Q : 최근 금융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A : 지난 몇 년간 낮은 이자율로 인한 과도한 유동성과 부동산 제도 변화로 집값에 거품이 있던 상황에서, 금리가 빠르게 오르다 보니 부작용이 나타났다. 지난해 말에 주택 가격이 빠르게 내려갈 때 경착륙을 우려했지만, 지금은 연착륙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오히려 가계부채가 다시 늘어날 것이 약간 걱정될 정도로 연착륙으로 가고 있다. 금융회사의 연체율은 금리를 더 올리지 않더라도 상당 기간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과거보다 낮은 수준이고, 금융사의 손실 흡수 능력이 있어 큰 위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수의 금융사와 취약계층이 어려움을 겪을 것에 대해선 어떻게 타깃해서 지원할지 재정당국과 논의하는 상황이다.

임성빈·김경희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