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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물가와 GDP

고물가·금리 충격…1분기 실제소득 제자리 걸음, 빈부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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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3월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창구에서 시민들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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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박주연(41)씨의 지난달 월급 명세서에 찍힌 금액은 약 650만원. 하지만 2020년 집을 마련하느라 끌어다 쓴 빚 때문에 실제 쓸 수 있는 돈은 늘 빠듯하다. 신용 대출 150만원, 회사 대출 150만원, 세금과 보험료·통신비·관리비 등 매달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돈 120만원, 양가 부모님 용돈 20만원 등을 제하면 남는 돈은 매달 200만원 남짓. 이를 4인 가구 생활비로 쓰려니 늘 허덕인다. 점심값부터 택시비, 학원비까지 안 오른 게 없어서다. 특히 대출 이자가 20만원 가까이 올랐다. 김씨는 “월급이 올랐지만, 물가는 더 오른 것 같고, 대출 이자까지 불면서 가계부가 팍팍해졌다”며 “월급이 통장을 스쳐 간다는 게 실감 난다”고 말했다.

박씨처럼 월급은 늘었더라도, 물가까지 고려한 실질 소득은 제자리걸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솟은 물가에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난 영향을 받았다. 빈부 격차는 더 벌어졌다.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05만4000원으로 나타났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5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1년 전보다 4.7% 늘었다. 가계 소득에서 가장 많은 비중(65.8%)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이 취업자 수 증가, 임금 상승 영향으로 8.6% 상승한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소득에서 물가 상승 영향을 뺀 실질 소득은 1년 전과 같았다. 실질소득은 지난해 3분기에는 2.8%, 4분기에는 1.1% 각각 줄다 올해 1분기 들어 제자리걸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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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실제 쓸 수 있는 돈이 늘지 않은 건 다락같이 오른 물가 때문이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은 5.1%였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다. 2011년 이후 연간 물가 상승 폭은 3%를 넘긴 적이 없었는데, 지난해 큰 폭으로 뛰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막대한 돈이 풀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다. 물가 상승률은 올해 들어서도 4%대를 유지하다 지난달 3.7%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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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소득 상황은 팍팍한데 지출은 소득 증가 폭을 뛰어넘었다. 1분기 지출은 388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11.1% 늘었다. 세금과 국민연금 같은 사회보험료, 이자비용 등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비소비지출’이 106만3000원으로 10.2% 증가했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실제 쓸 수 있는 돈)은 399만1000원이었다.

비소비지출에서 주목할 만한 항목은 이자비용(12만4000원)이다. 1년 전보다 42.8% 폭증해 비소비지출의 11.6%를 차지했다. 통계청이 가계동향조사에 1인 가구를 포함한 2006년 이래 가장 많이 늘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4월부터 7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여파다. 한은은 올해 들어 3차례 금리를 동결했지만, 기준금리는 여전히 3.5%로 높은 수준이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의 잔액 기준 대출금리는 지난 3월 기준 5.01%다. 1년 전 대출금리(3.25%)와 비교해 1.76%포인트 올랐다. 2013년 3월(5.01%)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다.

지출 항목별로는 방역 완화에 따라 오락·문화(34.9%) 분야 지출이 가장 많이 늘었다. 물가 인상 여파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택시비·항공료 등 인상에 따른 교통(21.6%), 외식 물가 상승을 반영한 음식·숙박(21.1%), 전기·가스요금 등 냉·난방비를 포함한 주거·수도·광열(11.5%) 지출이 많이 늘었다.

소득통계 권위자인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소득이 오른 만큼 물가도 올라 빛이 바랬다”며 “물가를 잡지 못하면 소득이 늘어도 체감할 수 없는 ‘불황형 흑자’의 그늘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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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가구당 월평균 116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12.1% 감소했다. 처분가능소득이 지출보다 적은 '적자 가구' 비율은 26.7%로 같은 기간 3.2%포인트 늘었다.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 월평균 소득은 107만6000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3.2% 늘었다.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 월평균 소득은 1148만3000원으로 같은 기간 6.0% 늘었다. 빈부 격차 수준을 나타내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45배로 지난해 1분기(6.20배) 대비 악화했다.

소득 수준별 흑자 여부를 따져보면 빈부 격차가 명확해진다. 1분위 가구는 월평균 46만1000원 적자를 냈다. 1년 전보다 적자가 47.2% 늘었다. 2006년 이후 적자 폭이 가장 컸다. 반면 5분위 가구는 월평균 374만4000원 흑자를 냈다. 같은 기간 흑자 폭이 9.0% 감소하는 데 그쳤다.

정원 기획재정부 복지경제과장은 “고용 호조로 소득 지표가 개선됐지만, 고물가와 경기 둔화 여파로 실질 소득은 늘지 않았다”며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소상공인 부담을 완화하는 데 집중해 소득 증가가 분배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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