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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시위와 파업

남편 내연녀 가게 앞에서 ‘불륜 하지맙시다’ 피켓시위... 무죄 선고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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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내연 관계에 있는 여성이 운영하는 가게 근처에서 ‘불륜을 하지 맙시다’라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한 40대 여성이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해당 인물을 특정하지 않았고 영업장 운영에 방해가 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조선일보

법원 로고.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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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재판장 이진재)는 명예훼손,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40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과 상해 혐의에 대해서는 선고를 유예했다.

A씨는 2021년 10월 24일 오전 10시부터 4시간가량 남편과 불륜 관계였던 B씨가 운영하는 경남의 한 가게 인근에서 ‘불륜을 하지 맙시다’라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당시 B씨의 가게 인근 거리에서 1인 시위 형식으로 피켓을 들고 앉아 있었다. 재판부는 피켓 내용의 대상자가 B씨인 점을 추측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했을 때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켓에는 불륜의 대상자가 B씨임을 추측할 수 있는 어떠한 문구도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며 “B씨가 있는 건물에는 B씨 이외에도 다수의 사람이 상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켓을 들었다는 것만으로 명예의 주체가 특정됐거나, B씨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할 만한 구체적 사실을 드러냈다는 점도 증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A씨는 가게 출입문에서 다소 떨어져 있는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앉아 있었을 뿐 출입객들의 통행을 방해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며 “1인 시위를 벌인 것만으로 영업장 운영을 방해할 정도의 위력이 행사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와는 별도로 A씨가 남편과 B씨의 대화 내용을 무단으로 녹음한 혐의에 대해서는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유죄가 인정되지만 형 선고를 미뤄줬다가 일정 기간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형 선고가 없는 것으로 해주는 제도다.

A씨는 2021년 10월 부산의 한 사무실에 소형 녹음기를 몰래 설치해 남편과 B씨의 대화 내용을 녹음했다. 이후 남편을 피고로 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녹음한 대화 내용을 증거자료로 제출해 공개했다. A씨는 2021년 10월 남편과의 불륜 사실을 인정하는 각서를 요구하고 따지던 과정에서 시비가 붙자 B씨에게 상해를 가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분쟁의 발단, 귀책 사유가 누구에게 있는지를 떠나서, A씨가 B씨에게 상해를 가했고 위법하게 녹음한 내용을 소송의 증거 자료로 제출한 점에서 죄책이 가볍지는 않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만 “배우자와 B씨 사이의 부정행위 사실을 항의하던 과정에서 범행에 이르게 된 점,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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