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문 부장검사 이메일
“판사 출신 간부들과 의견 달라”
김진욱·여운국과 갈등 암시
김성문 공수처 인권수사정책관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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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장검사는 지난 19일 공수처 구성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공수처 근무기간은 공직생활 중 몸은 가장 편했던 반면, 마음은 가장 불편했던 시기였다”고 했다. 특히 “많은 현안에 대해 법원 출신 간부들과는 다른 의견을 개진해왔던 것 같다”며 판사 출신인 김진욱 공수처장과 여운국 차장 등과의 갈등이 존재했음을 암시했다.
김 부장검사는 검찰 출신으로 2017년 2월 서울서부지검 공판부장을 끝으로 옷을 벗고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후 2021년 4월 공수처 부장검사로 임용됐다.
그는 공수처 부임 이후 많은 현안에서 법원 출신 간부들과 다른 의견을 개진해 왔다고 이메일에서 밝혔다. 사건 처리에 관한 규칙 제정이나 개정 방향부터 다른 수사기관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 공수처를 비판하는 언론과 국회를 보는 시각과 대응 방향 등에서 수뇌부와 의견이 달랐다고 했다.
김 부장검사는 간부회의에서 “‘기존 형사사법체계 틀을 존중할 필요 없다’, ‘검찰은 그런 방식으로 수사 하는데 왜 우리는 안된다고 하느냐’, ‘검찰이 일부 언론과 짜고 공수처를 죽이려고 한다’ 등 말이 오갔고, 이런 분위기에서 수뇌부가 다른 의견을 받아들일 여지도 많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부장검사는 작년 여름 이후 공수처 부장검사직을 그만둘 지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당시 공수처는 검사와 수사관들의 잇단 사직으로 조직 안팎으로 위기감이 팽배하던 때였다. 김 부장검사는 이때 해법을 찾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오히려 ‘임기를 마치지 않고 사직하는 사람들이 무책임하다’는 취지로 (사직자들을) 비난하는 말이 들렸다”고 했다. 그러더니 이후 간부들끼리 목요일마다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던 회의마저 사라지자 진지하게 사직을 고민했다는 것이다.
그는 공수처 비판 보도에 대한 수뇌부의 반응 역시 지적했다. 김 부장검사는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공직자는 공적인 자리 뿐만 아니라 사적 자리에서도 항상 언행에 신중해야 하고, 자신의 언행에 관한 비판적인 보도가 있다면 먼저 자신의 언행이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봐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올해 초 김진욱 처장의 시무식 찬송가 논란 등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김 부장검사는 이에 대해서도 “내부의 일을 외부에 알린 사람을 탓할 일은 아니다”라며 논란 이후 공수처 내부 분위기를 에둘러 언급하기도 했다.
김 부장검사는 수사2부장으로 활동하며 2021년 9월 공수처 ‘1호 사건’으로 알려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해직교사 특혜채용 의혹 사건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넘기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 10월 인권수사정책관으로 자리를 옮기자 수뇌부와의 갈등으로 인한 좌천설이 돌기도 했다. 김 부장검사는 애초 연임까지 염두에 두고 공수처에 부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부임 2년 만에 쓴소리를 남기고 공수처를 떠났다. 김 부장검사는 조만간 다시 변호사 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전해졌다.
[허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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