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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G7 정상회담

G7을 이겨라? 시진핑, 중앙亞 5국 정상 불러 ‘황제 스케일 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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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나라의 수도였던 산시성 시안에서 18~19일 열린 중국·중앙아시아 5국 정상회의는 ‘황제의 스케일’을 선보였다. 황궁을 배경으로 하는 무대에서 각국 정상들을 환영하는 공연을 펼쳤고, 축구장 크기의 회의장에서 회의했다. 중국이 비슷한 시기인 19~21일 열린 G7(7국) 정상회의를 견제하기 위해 중앙아시아 국가 정상들에게 최고의 예우를 갖추며 세를 과시한 것이다.

그러나 G7 정상회의에서 참여국 정상들이 일본 전통 료칸(여관)의 소박한 원탁에 둘러앉아 대화하고, 식당에서 붙어 앉아 만찬을 즐기는 사진과 영상이 공개되면서 “중국이 몸집 부풀리기를 위해 과도한 의전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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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9일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열린 제1차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 모습./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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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7국) 정상회의의 공식 만찬. 소박한 원탁에 둘러 앉아 대화하고 있다./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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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저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수나라·당나라 황실 정원 터에 조성한 민속 테마파크인 ‘다탕푸룽위안(大唐芙蓉園)’에서 환영 연회를 열었다. 행사에는 시진핑 내외와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 정상 부부가 참석했다. 당나라 전통의상을 입은 미녀 영접원들이 용무늬 장식의 등불을 들고 각국 정상들을 따라 다니며 안내했고, 500명의 예술인은 황궁을 재현한 무대에서 대규모 공연을 펼쳤다.

시진핑은 이날 “중국과 중앙아시아의 관계는 ‘좋은 이웃’에서 ‘전략적 동반자’로, 그리고 미래를 공유하는 공동체로 역사적 도약을 했다”면서 “중국·중앙아시아 관계의 새 시대가 열렸다”고 했다. 이튿날에는 축구장 크기의 회의장에서 정상 간 수십미터 간격을 두고 본회의가 개최됐다. 중국은 회의에서 중앙아시아 인프라·자원·무역 개발 등을 위해 약 5조원(260억 위안) 규모의 유무상 원조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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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중국 중앙아시아 5국 정상회의 환영 행사가 열렸다. 중국을 포함한 6국 정상이 앞줄에 앉아서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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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19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는 ‘친목 모임’을 연상케 했다. 이날 저녁 7국 정상들은 일본 전통 료칸에 마련된 소박한 원탁에 둘러앉아 식사하고 대화했다. 20일 히로시마 그랜드 프린스 호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확대세션에서는 참여국 정상들이 붙어 앉아 회의했다. 이 세션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을 보자 반가운 듯 급하게 달려가는 모습 또한 포착됐다. 같은 날 저녁에는 호텔 내부에서 친교 만찬이 진행됐다.

두 정상회의의 상반된 분위기는 양측의 정체성을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G7은 민주주의·자본주의 국가들인 반면, 중국과 중앙아시아 5국은 대부분 지도자가 전권을 쥔 권위주의 국가들이다. 한쪽은 유서 깊은 협력의 역사를 지니고 있고, 다른 한쪽은 서로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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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열린 중국 중앙아시아 5국 정상회의 환영 행사에서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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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중국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 ‘황제 의전’을 제공해야만 했던 이유가 있다. 중국이 1990년대 소련에서 독립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수교한 뒤 이들을 따로 불러 대면 정상회의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맹주’ 격인 러시아의 눈치를 보느라 중국과의 협력 강화에 미온적이었지만, 우크라이나전 이후 러시아가 중국에 의존하면서 이 같은 만남이 비로소 성사될 수 있었다. 중국으로서는 어려운 걸음을 한 이들을 귀하게 대접해야 했다. 의도적으로 화려한 행사를 동원해 미국 주도 진영에게 세를 과시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는 ‘오프닝 쇼’ 성격 또한 갖는다. 이번 회의에서 6국 정상회의의 정례화가 선언됐다. 앞으로 중국과 중앙아시아 5국은 격년으로 정상회의를 열고, 상설 사무국은 중국에 둔다. 한 회는 중국, 다음 회는 중앙아시아 국가 중 한 곳이 의장국을 맡게 된다. 다음 정상회의는 2025년 카자흐스탄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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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중국 중앙아시아 5국 정상회의 환영 행사./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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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황제 스케일’로 치러진 행사를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는 분위기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화춘잉은 20일 저녁 트위터에 중국·중앙아시아 5국 정상회의에서 환호하는 시민들과 G7 정상회의 기간 시위 현장 사진을 나란히 비교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중국 언론들은 일제히 “중국·중앙아시아 5국 정상회의는 당나라 때의 ‘만방내조(萬邦來朝·주변국들이 조공 바치러 중국에 온다)’를 재현한 듯 했다”고 전했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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