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약물과 결합했더니 강력 항암효과 주목
증식 중인 암 세포를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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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전 혁신 항암제로 주목 받다 내성 문제로 관심이 사그라든 ‘혈관형성 억제제’가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면역항암제와 병용했더니 강력한 항암 효과가 발견된 것이다.
19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지난달 14~19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미국암연구협회 학술대회에서 미국 듀크대와 싱가포르국립대 의대 연구팀은 혈관형성 억제제와 면역항암제 병용 치료로 간암 재발을 막았다는 분석을 공개했다.
간암은 세포 종류에 따라 간세포암종과 담관세포암종으로 구분한다. 간암은 대부분 간세포암종인데 제거 수술 후에도 2년 내 재발 확률이 매우 높다. 한국인 10대 암 중 췌장암과 폐암에 이어 간암이 셋째로 생존율이 낮은 이유다. 과학자들은 아직까지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치료법을 찾지 못했다.
재발을 막는 혁신 치료법으로 혈관형성 억제제가 1990년대 후반 한 때 주목 받았다.
암이 증식할 때는 혈관 형성이 왕성하게 일어난다. 혈관이 암 세포에게 필요한 양분과 산소를 공급한다. 혈관형성 억제제는 이 경로를 차단한다. 억제제가 혈관 생성을 차단해 암이 자라지 못할 것이란 기대가 컸다.
그러나 암이 억제제에 내성을 갖기 시작하면서 관심이 식어갔다. 현재 혈관형성 억제제는 암 환자의 수명을 몇 개월 정도 더 연장하는 수준의 항암제로 쓰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 과학자들이 혈관형성 억제제를 면역항암제와 섞어 쓰면 항암 효과가 크다는 연구를 내놓은 것이다. 면역항암제는 암 세포가 인체의 면역체계를 회피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더 잘 인식해 공격하도록 하는 약물이다. 연구팀 설명에 따르면 혈관형성 억제제는 비정상적 혈관 형성을 막아 면역세포가 암세포로 침투하는 것을 용이하게 한다.
임상 3상 시험에서 병용 치료로 간암 발생 가능성이 약 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억제제로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극대화해 암 세포 성장과 재발을 막는 것”이라며 “재발이 잦은 간암에서 효과를 첫 입증했다”고 말했다.
현재 이 치료법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FDA 승인만 이뤄지면 한국에서도 곧 병용 치료법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박승범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FDA 승인 후 관련 자료들이 있기 때문에 국내에선 빠르면 6개월 최대 12개월 안에는 승인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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