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올해 G7 정상회의 의장국은 일본이다. A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1970년대 세계 경제위기서 출발한 G7
G7은 한마디로 '잘나가는 선진 7개국의 모임'이다.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캐나다·이탈리아가 회원국이다. 오일쇼크 등으로 세계 경제가 흔들리자 1973년 미국이 영국·프랑스·독일에 제안해 '재무장관 회의'를 연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이 4개국은 각각 세계 경제의 4%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후 일본·이탈리아가 합류하고 재무장관 회의가 정상회의로 격상되며 1975년 첫 'G6 정상회의'가 열렸다. 이듬해 캐나다도 참여해 G7이 됐다.
그런데 현재 미국과 함께 'G2'로 불리는 중국은 왜 빠진 걸까. G7이 '자유민주주의 국가' '1인당 GDP 1만1000달러 이상'이란 자격 요건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BBC는 "(14억 인구의) 중국은 1인당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아 '선진 경제'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경제 규모 5위이자 또 다른 인구대국인 인도 역시 같은 이유로 제외됐다.
지난 1975년 11월 17일 프랑스 파리 근교의 랑부이예성에서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서독, 이탈리아 정상이 만나 'G6(주요 6개국)' 첫 정상회의를 열었다. 왼쪽부터 알도 모로 전 이탈리아 총리, 해롤드 윌슨 전 영국 총리, 제럴드 포드 전 미국 대통령,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 헬무트 슈미트 전 서독 총리, 미키 다케오 전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다만 러시아는 1992년부터 초청국 지위로 참여해 1998년 공식 회원국이 됐다. 러시아가 강력히 원했고, G7은 핵무기를 통제할 요량으로 이를 받아들였다. 10여년간 운영되던 'G8'은,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해 그 회원 자격이 잠정 정지되며 끝났다.
'경제 협의체'서 '대(對)중국 연합전선'으로
G7의 초기 목적은 '세계 경제 정책 조정'이었다. 그러다 점차 안보(80년대), 환경·난민 등 글로벌 이슈(90년대)로 의제를 넓혀갔다. 2000년대 들어선 더욱 다양한 글로벌 이슈를 다루기 시작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특히 최근 몇 년 새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커지며, 미국 주도의 G7이 '대중국 연합전선'으로 변모하는 추세다. 2019년 G7은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했고, 2021년엔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인권 탄압을 규탄하며 '대만 해협의 평화'를 언급했다.
이번 회담에서도 반도체·희토류 등 주요물자 관련 경제 안보와 식량·에너지 문제 등을 다루면서 중국·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문제'를 처음으로 별도 의제로 선정했다. 중국의 군비 증강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경제력을 무기로 휘두를 경우에 대비해 '공동 관세 인상'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에 대해선 포지티브 방식(수출 허용품목 외 모두 불허)으로 제재를 강화할 전망이다. 러시아는 "(제재는)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반발 중이다.
중국은 "G7은 국제 정의의 대척점"이라 비난하고 있다. 18일 시안(西安)에서 개막한 중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담(C5+1)이 G7에 대한 '맞불'이란 분석도 나온다. '해양세력'(G7)과 '대륙세력(C5+1)'의 대결(왕웨이정 미국 아델피대학 교수)을 조장하는 모양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중국 시안에서 만난 모습. 중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들은 18일 시안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EPA=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러나 대중국 압박 강도에 대해선 G7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수출규제 등 공격적 조치에 대해 미국과 유럽국가들 사이에 여전히 큰 견해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강경한 데 비해 유럽은 수위 조절을 원한단 의미다. 중국을 몰아붙일수록 중국과 러시아가 가까워질 수 있어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단 시각도 있다.
90년대 신흥국 부상하자 G20 결성...G7 몸집 불리기는 '글쎄'
중국과 겪는 갈등과는 별도로, G7에 대한 비판은 1990년대부터 있어왔다. 신흥국들이 부상하며 이들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자, G7이 머리를 맞대는 것만으로는 글로벌 정책을 조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발(1997년)하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경제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1999년, G7에 한국·중국·인도 등 신흥국과 유럽연합(EU)이 더해져 20개국·지역 대표들이 모였다. G20의 시작이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사진 대통령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몇 년 전부터는 G7의 회원국을 늘려야 한다는 논의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호주·인도·브라질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최근 관련 질문에 "아는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 참여에 일본이 반대한단 얘기도 흘러나왔지만 일본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G7은 몸집을 불리는 대신 초청국 지도자, 국제기구 대표 등과 '확대 정상회의'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 대통령의 G7 확대 정상회의 참석은 이번이 네 번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 등 7개국 정상과 함께 초대받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화상으로 참석한다.
━
올해 개최지 히로시마엔 기시다의 '평화 메시지' 담겨
G7 정상회의가 열리는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시민들이 북적인다. AF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G7 의장국은 돌아가면서 맡고 개최지도 의장국이 결정한다. 일본은 그간 도쿄·홋카이도 등에서 열다가 이번엔 히로시마를 택했다. 2차 세계대전 중 첫 피폭지인 이곳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겠단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뜻이 반영됐다. '핵 군축'이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인데다 히로시마가 기시다 총리의 지역구다.
기시다 총리는 각국 정상이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등을 방문하는 일정도 계획했다. 최근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의 대담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가 먼저 제안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21일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참배'를 하게 된다.
■ G7 정상회의 개최지는 시위대 단골 무대
환경운동가들이 G7 정상회의에 참가하는 회원국 정상들의 사진으로 만든 가면을 쓰고 시위를 열고 있다. AF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히로시마에선 최근 시위가 자주 열린다. 주로 일본 정부의 방위력 강화 방침에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히로시마를 개최지로 선택하며 '평화 메시지'를 낸다면서도, 실제로는 방위비를 늘리는 등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G7 정상회의가 열릴 때마다 개최도시는 각종 시위대의 단골 무대가 되어왔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만큼, 시민단체와 활동가들에겐 다양한 이슈를 '홍보'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독일 바이에른주 엘마우에서 G7 정상회의가 열린 당시에도 4000여 명이 모여 기후대책을 촉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2021년 영국 콘월에선 각지에서 환경·분쟁 관련 시민단체들이 모여들어 이색적인 시위와 퍼포먼스를 열어 주목받았다.
중국은 이런 시위를 G7을 비판하는 데 이용하기도 한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G7 정상회의에 반대하는 일본 시민들의 메시지는 매우 분명하고 크다"(CGTN) "히로시마에선 G7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수백명 모여들었다"(신화통신)는 등의 보도를 수시로 내보내고 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