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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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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두 번째 5·18…“우리는 하나” 외치며 야당과는 ‘대결’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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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주먹을 쥔 채 ‘임을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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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두번째 맞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인 18일 내놓은 기념사는 강한 표현의 통합 메시지와 선명한 갈라치기가 뒤섞인 형태였다. 윤 대통령은 “오월의 정신 아래 우리는 하나”라고 강조했지만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야권을 겨냥했다. 5·18 정신을 “헌법 정신 그 자체”라고 했지만 야당의 ‘원포인트 개헌’ 제안은 “5·18 정신 모독”이라는 대통령실의 강도높은 비판이 나왔다. 분열이 도드라지면서 5·18민주화운동을 계기로 한 통합의 의미는 퇴색했다.

윤 대통령이 참석한 이날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으로 현직 대통령 참석 여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여부 등 형식 문제로 다투던 그간의 분열상은 어느 정도 정리됐다. 보수 정부 들어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기념식에 연속 참석했다. 앞서 “매년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앞으로도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보수 진영 대통령 최초로 5·18민주묘지 정문인 ‘민주의 문’을 통해 입장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 기록은 한 해 더 이어졌다. 정부와 대통령실 핵심 인사, 국민의힘 의원들도 2년째 대거 참석해 현 정부 관례로 굳어졌다.

내용 면에서는 한계와 과제를 확인했다. 윤 대통령 기념사의 핵심은 ‘오월 정신은 헌법 정신 → 민주주의 위협세력에 맞서 싸우는 실천으로 계승 → 우리는 하나’로 요약됐다. 통합 메시지의 강도는 낮지 않았다. 기념사에 ‘통합’이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은 대신 “오월 정신 아래 우리는 하나”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나’라는 단어가 세 차례 언급됐다.

문제는 통합의 대상에서 야당은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오월 정신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실천을 명령”하고 있다면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하는 안팎의 도전에 맞서 투쟁하지 않는다면 오월의 정신을 말하기 부끄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안팎의 도전’을 명시하면서 야당을 겨냥한 발언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윤 대통령이 집권 2년차를 맞아 문재인 정부의 각종 정책을 “정치이념에 매몰” “반시장적 포퓰리즘” 등으로 비판해온 흐름과도 연결된다.

취임 1주일만에 이뤄진 지난해 기념사는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내놓는 ‘통합’ 메시지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올해는 지난 1년 국정을 토대로 ‘실천을 수반하는 통합’을 요구받았지만, 재차 야권과 선을 그으면서 ‘통합의 정치’는 또다시 멀어졌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야당 지도부와의 만남은 374일째 이뤄지지 않았다.

야당이 제안한 개헌에 대한 입장은 이번 기념사에 명확하게 담기지 않았다.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 찬성하는 입장은 유지하되 개헌은 의견 수렴과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념사에 “오월의 정신은 우리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라고 재확인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당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대통령실의 이 같은 입장이 야당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과 함께 전해지면서 정국 경색 국면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비리 의혹 등으로) 국면이 어려울 때 개헌을 통해 국면을 전환하려 하는 것은 5·18 정신을 모독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민주당이 2018년 개헌 추진 당시 헌법 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를 삭제한다고 했다가 번복한 일 등을 들어 “오월 정신을 훼손하는 정치적 악용”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오월 정신은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담는데 민주당은 헌법에서 ‘자유’를 뺀다든지 북한 인권에는 침묵해왔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날 기념식 참석 뒤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오월 정신의 계승, 자유민주주의를 말하지만 약속했던 원포인트 개헌이나 국가 폭력에 의한 국민들의 삶, 생명을 해치는 일에 반성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하지 않는 한 그건 모두 공염불”이라고 밝혔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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