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3년 차에 접어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세계 경제의 신(新)질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바이든 정부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 시작된 미·중 간 대결 구도를 이어가되 이를 정교한 메커니즘으로 구조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공급망 대란을 계기로 민주주의 진영을 하나의 연합체로 포섭하는 한편 첨단산업에서 중국을 봉쇄하는 전략을 전개했다. 다만 지정학적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과 선별적 협력도 꾀할 것으로 보인다.
19일부터 사흘간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이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는 미국이 구상하는 신질서의 방향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번 회의에는 한국을 비롯해 호주,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8개국 정상도 초청됐다.
무엇보다 이번 G7 정상회의는 바이든 행정부의 글로벌 전략인 '신(新)워싱턴 컨센서스'가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1990년대 이후 30여 년간 미국은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를 내세워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의 세계적 확산을 시도했다.
중남미 개발에 이어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끌어낸 거대 담론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중국을 비롯한 권위주의 국가들이 과실만 향유했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워싱턴 컨센서스의 대대적 수정이 이뤄진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국민총소득(GNI)은 2001년 미국의 13% 수준에서 2021년 75% 수준까지 추격한 상태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한 강연에서 "워싱턴 컨센서스는 미국 제조업 주머니를 강타한 차이나 쇼크를 충분히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질서의 핵심은 공정하고 지속적인 세계경제 질서의 구축이다. 첨단산업 기반 구축, 동맹·파트너국과 안정적 공급망 확보 등을 실행 방향으로 정했다. 장기간 미·중 대결에 따른 원심력을 낮추고 미국 중심의 구심력은 더 높이려는 것이다.
다만 중국과의 관계 설정에서는 최근 미묘한 변화가 엿보인다. 중국 견제라는 기본 틀은 유지하되 분야별로 선별적인 협력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설리번 보좌관은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이 아니라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축소)과 다양화(diversifying)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17일(현지시간) G7 회의를 위해 일본으로 출발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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