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이탈리아 등도 체포 공언
미국은 현·차기 정부 모두 반발
“트럼프 2기, ICC 검사 제재할 수도”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장관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츠페라몬에서 열린 국방부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미츠페라몬(이스라엘)/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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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형사재판소(ICC)가 지난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을 놓고 서방이 분열 조짐을 보인다. 유럽 주요국이 ICC의 결정을 지지했지만,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는 반발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네타냐후 총리가 입국하면 체포되는지’라는 물음에 “정부는 법에 따른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즉답은 피했지만, 체포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BBC는 설명했다.
이베트 쿠퍼 영국 내무장관도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ICC는 독립적이고 우린 그들의 독립성을 존중한다”며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앞서 ICC는 전쟁범죄 혐의로 21일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이스라엘 국방장관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카림 칸 ICC 검사가 영장을 청구한 지 6개월 만이었다. ICC는 네타냐후 정부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을 상대로 살인을 비롯한 비인도적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영장에는 “굶주림을 전쟁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고 명시됐다.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프랑스와 네덜란드, 이탈리아, 벨기에 등 유럽 주요국은 ICC의 결정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가 자국을 방문할 시 영장을 집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한 발 나아가 “ICC가 용감한 결정을 내렸다”며 칭찬했다. 그는 “우린 체포영장을 지지한다. 이 용감한 결정이 모든 회원국에 의해 수행돼 국제 시스템에 대한 인류의 신뢰를 새롭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헝가리는 ICC 결정에 반발했다. 오히려 네타냐후 총리를 보란 듯이 초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국영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ICC가 정치적 목적으로 갈등에 개입하고 있다”며 “나는 네타냐후 총리를 헝가리로 초대할 것이고 초대가 수락되면 영장은 무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현 정부와 차기 정부 모두 이번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ICC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기 위해 서두른 점과 이번 판결로 이어지게 된 절차적 오류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ICC는 신뢰성이 없다”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 1월 20일 출범하면 ICC의 반유대주의적 편견에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시절 네타냐후 정권과 가깝게 지낸 만큼 차후 미국이 영장을 청구한 칸 검사를 제재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내다봤다. 칸 검사는 영국인으로, 자칫 두 개의 전쟁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미국과 영국이 갈등을 빚을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과 함께 ICC 회원국이 아닌 중국은 영장을 지지하는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중국은 ICC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고수하고 법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길 바란다”며 “중국은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투데이/고대영 기자 (kodae0@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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