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차곡차곡 즐비…검에 찔리거나 맞아죽은 사람들”
고 김영택 전 <동아일보> 기자가 쓴 <10일간의 취재수첩>(1988)에 나오는 공용터미널 상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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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18항쟁 당시 옛 광주공용터미널 지하에 18구의 주검이 방치돼 있다는 3건의 군 기록이 존재하지만, 주검 행방은 묘연해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한겨레>가 확보한 ‘광주사태시 전교사 정보일지’를보면, 5월22일 밤 10시35분 공용터미날 지하에 18구(시체) 전시라는 기록이 나온다. 당시 공용터미널은 광주시 동구 대인동 현 롯데백화점 터에 있었는데, 공용터미널 로터리는 금남로와 광주역과 함께 5·18 당시 공수부대의 폭력적인 진압에 맞서 시위가 격렬하게 발생한 곳이다. 이 작전일지는 보안사령부 광주 505보안대 전남합수단에서 작성한 것이다.
1980년 5·18항쟁 당시 공수 특전여단 군인들이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5·18기념재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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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본부 상황일지와 전남합수단(505보안대)의 ‘광주사태시 전교사 정보일지’, 출처 불명의 군자료 등에 광주공용터미널에 주검이 방치돼 있다는 기록이 나온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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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본부 상황일지의 5월22일 기록엔 ‘광주 공용터미날 지하실 시체 전시(실물) 18구’라고 적혀 있다. 또 다른 군 기록엔 ‘5월23일 광주 공용버스터미날 지하실에 시체 18구 전시’라는 내용이 나온다. 동일 사건으로 3건의 군 기록이 보이지만, 당시 18구 주검의 행방과 처리, 이동 과정은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공용터미널 학살 참상의 목격자도 있다. 5·18항쟁 10일 동안 취재수첩 3권에 공수 특전여단 군인들이 저질렀던 학살의 참상을 꼼꼼하게 기록했던 고 김영택 전 <동아일보> 기자는 <10일간의 취재수첩>(1988)에 “오후 6시쯤 대인동 공용터미널 주차장에는 7, 8구의 시체가 차곡차곡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다”고 밝혔다.
김 전 기자는 “이 주검들은 공수부대원의 대검에 찔리거나 몽둥이에 맞아 죽은 사람들”이라며 “또 “공용버스터미널 주차장의 시체는 공용터미널 앞 로터리 광장에서 시위하던 군중들이 차량으로 수송된 공수부대원들에게 희생된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당시 공용터미날은 공수 특전여단 군인들의 집결지이자 숙영지였다. 검찰 공소장을 보면, 5월19일 7공수 특전여단 35대대가 시위진압에 나선 뒤 전남도청, 광주소방서를 거쳐 공용터미널에서 11공수 특전여단 61대대와 함께 숙영한 것으로 나온다.
11공수 특전여단 61대대는 20일 새벽 4시께 숙영지인 조선대로 이동했다. 정수만 5·18 연구자는 “5월21일 도청 앞 집단발포 땐 시민들이 부상자를 대부분 병원으로 이송했기 때문에 공용터미널 주검 기록은 5월21일 이전 사건 희생자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5·18 당시 계엄군에 희생당한 시민 2구의 주검이 손수레에 실려 있지만, 아직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오월광주>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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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공수 특전여단이 공용터미널에 숙영했다는 군 상황 기록.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공용터미널 주검 18구에 대해선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차원의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사위 쪽은 ‘암매장’과 5·18 행불자 의혹과 관련해 “광주시와 5·18기념재단으로부터 이관받은 53곳 암매장 제보내용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사했고, 민간인 주검을 가매장 또는 암매장하도록 지시·실행·목격했다는 계엄군 56명의 증언을 받아 17곳에서 유해 발굴 조사를 해 영암·해남·광주교도소 앞 등지에서 9기의 유해를 발굴해 신원 확인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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