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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남편·자식 잃고 43년, ‘오월의 어머니’들 위로…5·18기념식 묘역서 빗속 ‘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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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경제번영이 오월 정신 구현하는 길”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오월어머니회 회원들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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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제43주년 기념식이 비가 내리는 가운데 엄수됐다. 기념식은 가족을 가슴에 묻고 살아왔던 ‘오월 어머니’들을 위로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18일 오전 10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는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거행됐다. ‘오월정신, 국민과 함께’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기념식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5·18 유공자 등 3000여 명이 참석했다. 기념식 내내 비가 내렸지만 윤 대통령은 우산이나 우비를 입지 않고 일정을 소화했다.

취임 첫해인 지난해 5·18기념식에 참석했던 윤 대통령은 2년 연속 5·18묘역을 직접 찾았다. 윤 대통령은 소복을 입은 5·18 희생자 어머니 10여 명과 함께 묘역 입구인 ‘민주의 문’에서 기념식이 열리는 추모탑까지 걸어서 입장했다.

기념식은 5·18 당시 남편과 자식 등 가족을 잃은 슬픔과 고통 속에서도 남은 가족을 지켜낸 아내이자, 누이이자, 엄마인 ‘오월의 어머니’들을 조명했다. 헌정 공연 <오월의 어머니>는 5·18의 상처 속에서도 오월정신을 지키고 알리는데 일생을 바친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오월의 어머니들은 애달픈 사연이 대형 화면에 송출되자 중간중간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였다. 소리꾼 이봉근이 나훈아의 노래 <엄니>를 어머니들에게 바치며 위로했다. 1987년 만들어진 이 노래는 5·18 직후 광주 망월동에 묻혔던 아들이 화자로 등장해 슬퍼하는 어머니에게 말을 건네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나훈아는 당시 카세트테이프 2000개를 제작해 광주의 어머니들에게 보냈으나 전달되지 못했다가 2020년에 노래가 발표됐다. 광주와 서울·부산·대구 지역 청소년 등 30명으로 구성된 연합합창단은 <바위섬>을 불렀다. <바위섬>도 1980년 고립됐던 광주를 위로하던 노래였다.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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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오월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이고, 우리가 반드시 계승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실천하며 창의와 혁신의 정신으로 산업의 고도화와 경제의 번영을 이루어 내야 한다. 그것이 오월의 정신을 구현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42분간 진행된 기념식은 참석자들이 모두 함께 일어나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윤 대통령도 참석자들과 함께 오른손 주먹을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기념식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전영진, 김재영, 정윤식 등 열사들의 묘소를 잇달아 참배했다. 대동고 3학년이던 전영진 열사는 5·18 당시 시위에 나섰다가 계엄군 총탄에 숨졌고, 김재영 열사는 42년간 무명 열사로 묻혀있다가 올해 초 신원이 확인됐다. 정윤식 열사는 시민군으로 전남도청에서 마지막까지 항전하다가 체포됐고, 고문 후유증으로 2년 뒤에 사망했다.

한 5·18 유가족은 “43년이 지났어도 아픔은 그대로다”며 “5 ·18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대통령이 힘을 써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기념식에는 보라색 스카프를 목에 두른 이태원 참사 유가족 20여명이 참석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기도 했다. 기념식 이후 묘역을 참배한 유족들은 영정사진 속 열사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한 유족은 “43년이 지나도 슬퍼하는 오월 어머니의 모습이 우리의 미래 같다”고 말했다.

할아버지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를 대신해 사죄한 손자 전우원씨도 이틀째 5·18묘지를 찾았다. 정부 기념식에 초청받지 못한 그는 5·18희생자들이 처음 묻혔던 인근의 망월동 구묘역을 둘러봤다. 참배를 마친 우원씨는 5·18민주화운동 ‘사적 1호’인 전남대학교를 찾기도 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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