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27일 계엄군의 진압작전이 끝난 뒤 광주 와이엠시에이(YMCA) 건물 밖으로 나온 김종연씨가 총을 맞고 앉아 있는 모습(왼쪽 사진). 그때까지 살아있던 김씨는 또 다시 계엄군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오른쪽 사진). 정수만 전 5·18유족회장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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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5월27일 진압작전이 끝난 뒤에도 시민을 사살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계엄군이 공격용 헬기를 동원해 벌컨포 사격 연습까지 한 사실도 밝혀져 전두환 신군부의 ‘자위권’ 주장이 허구임이 드러났다.
16일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가 발표한 조사 내용을 보면, 계엄군은 1980년 5월27일 광주 진압작전이 끝난 뒤 광주 와이엠시에이(YMCA) 건물에 은신해 있다가 밖으로 나온 김종연(당시 19·재수생)씨를 총으로 쐈다. 지난 6일 광주에 온 프랑스 사진작가 파트리크 쇼벨은 조사위에 “김씨가 (길 건너 전일빌딩 8층에서 취재하던) 나를 향해 손을 들어 ‘헬프 미’라고 소리쳤다”고 증언했다. 와이엠시에이 앞을 지나가던 계엄군 장갑차 위에서 군인이 쇼벨을 향해서도 총격을 가했다. 쇼벨은 “몸을 숨겼다가 다시 창밖을 보니 청년(김씨)이 쓰러져 있었고, 한참 후 현장에 갔더니 사망했다”고 진술했다.
검찰 검시 조서를 보면, 김씨는 전신 다발성 총상을 입었다. 김씨의 주검은 5월27일 와이엠시에이에서 사살된 뒤 합판에 실려 전남도청 뒤편 정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
총격으로 상처를 입은 시민을 사살한 사례는 또 있다. 조사위 보고서를 보면, 11공수특전여단 소속의 군인이 5월23일 광주시 동구 주남마을 미니버스에 탑승해 있다가 공수부대 총격을 받고 다친 채수길·양민석씨 등 2명을 주남마을 안 11공수여단 주둔지로 끌고 가 사살한 뒤 암매장했다. 조사위는 “민간인 2명을 사살한 뒤 암매장한 군인은 채씨의 사촌으로 확인됐고 그 군인이 그들을 사살하고 암매장한 사실을 인정한 진술을 영상으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조사위는 5·18 당시 어린이 행방불명자 이창현(당시 7)군의 마지막 모습이 찍힌 사진을 확보해 이동 경로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어린이는 앞서 노먼 소프 전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가 찍은 사진과 국외 방송사가 찍은 영상에 이동춘 목포과학대 교수에게 안겨 있는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했다.(<한겨레> 2021년 5월10일치 12면)
조사위는 당시 버스에 타고 있던 이군 등 어린이 3명 중 조아무개(당시 11)군이 아동복지시설로 옮겨져 입양된 사실을 확인했다. 허연식 조사2과장은 “그동안 실종자는 암매장과 연관해 조사했는데 조군의 입양 사실을 확인하며 이군도 입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전국의 아동복지시설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사진기자 프랑수아 로숑과 파트리크 쇼벨이 1980년 5월27일 아침 계엄군의 옛 전남도청 진압작전 직후 찍은 군버스.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이창현군(붉은 원)의 마지막 모습이다. 5·18기념재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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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18 희생자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돼 암매장 의혹이 밝혀질지 주목된다. 조사위는 전남 영암 공동묘지 6구, 해남 군부대 인근 5구, 광주교도소 앞 야산 1구 등 모두 12구의 유해를 발굴해 유전자 조사 등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14일 해남군 해남읍 백야리 예비군훈련장 인근 야산에서 발굴한 유골 3구는 정밀감식 중이다. 하지만 5·18연구자인 정수만 전 5·18유족회장은 “군 기록에는 해남에서 발생한 희생자 3명을 해당 지역에 가매장했고 주검 2구를 가족이 찾아갔다고 나온다. 희생자가 더 있을 순 있지만 아직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전남 해남에서 5·18 관련자로 보이는 유골을 수습하고 있다. 조사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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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군의 헬기 사격과 관련한 물증도 확보했다. 조사위는 지난해 3월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뒷산에서 20㎜ 벌컨포 연습탄두 1개를 확보했다. 탄두가 발견된 곳은 계엄군 주요 지휘관들이 검찰에서 진술한 ‘공격헬기’ 코브라의 사격 지점과 일치한다. 조사위 쪽은 “계엄군이 벌컨 연습탄 사격까지 한 정황을 발견하고 사실 관계를 정밀히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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