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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충격이 쏘아올린 EU ‘AI규제법’…발걸음 빨라진 전 세계적 규제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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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 의회/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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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규제법 초안을 마련했다. 글로벌 차원의 AI규제안을 마련하려는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유럽의회 산하 소비자보호위원회는 11일(현지시간) EU 전역에서 챗GPT, 미드저니 등 AI 체계를 규제하기 위한 법안 관련 입장을 채택했다. 행정부격인 EU집행위원회가 AI 규제를 위한 법안 초안을 발의한 지 2년 만에 의회 산하 담당 위원회가 법안 추진에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이다.

유럽의회 소비자보호위는 집행위가 발의한 초안에 더 강화된 규제 방안을 추가했다. 원격 안면인식 기술 등 생체 감시 및 사용자 감정분석 등의 기능은 금지된다. 학교나 직업별로 사람을 분류하고 대출 지원자를 걸러내는 등 AI로 ‘사회신용도’를 매기는 것 역시 위험한 것으로 간주돼 금지된다. 챗GPT나 미드저니 등 이용자의 특정 요구에 따라 결과를 만들어내는 ‘생성 AI’가 만들어낸 글이나 이미지는 사용자에게 기계에 의해 작성된 것이라고 명확히 알리는 등 투명성 강화 조처도 포함했다. 이 같은 조치들을 위반하면 회사의 글로벌 연간 수익의 최대 6%에 해당하는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유럽의회 차원의 공식 입장은 내달 본회의에서 채택될 예정이다. 이후 법안 내용에 대해 27개 회원국과 집행위, 이사회 간 협의가 타결되면 시행이 확정된다. 이 과정에서 법안 내용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법률은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이 2~3년간의 적응기간을 요구하면 실제로 법이 적용되는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4년 뒤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U는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을 상대로 개인정보 보호나 조세회피 방지 등과 관련해 규제를 적용하려고 노력해 왔다. EU에서 규칙을 만들면 다른 지역에서 EU 규칙에 맞게 비즈니스 모델을 조정하면서 EU 규칙이 전 세계 표준규범으로 자리잡는 것을 두고 ‘브뤼셀 효과’라고 부른다. 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규정이나 전자기기 충전단자를 USB-C로 통일시키도록 한 조치 등이 단적이다.

EU의 IT비즈니스 규제 조치에는 혁신을 방해한다는 비판도 따라붙는다. AI규제법 역시 2021년 4월 집행위의 초안 마련 이후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챗GPT충격’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지난해 개발된 챗GPT는 온라인상의 방대한 자료를 학습해 인간과 유사한 응답을 생성해내는 인공지능으로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인간의 저작물과 생성AI로 만든 결과물을 구분할 수 없게 되면서 혼란을 부추기고 범죄에 악용될 수 있으며 윤리적 판단을 배우는 기회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왔다.

지난 3월 벨기에에서 한 30대 남성이 AI챗봇과의 대화 중 자살을 부추기는 메시지를 받고 자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가열됐다. 이번 법안을 주도한 루마니아 출신 드라고스 튜도라케 유럽의회 의원은 “챗GPT붐이 폭발했고 AI규제법의 필요성에 대한 의심은 사라졌다”고 AP통신에 말했다.

AI연구를 선도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I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 박사가 최근 구글을 그만두고 생성AI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지난달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와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 공동 창업자 등이 “최소 6개월간 첨단 AI개발을 일시 중단하고 안전장치부터 만들자”고 성명을 발표했다.

주요7개국(G7) 디지털 정책 관련 장관들은 공통 규칙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와 가짜 정보에 대처한 ‘책임 있는 AI’의 추진을 내세운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탈리아는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챗GPT를 잠시 금지했고 영국 경쟁당국은 AI 시장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미국 백악관도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관계자 등을 불러 AI가 초래할 위험에 대해 논의했다.

오는 19~21일 히로시마 G7 정상회의를 앞둔 일본도 지난 9일 생성 AI의 활용이나 연구 개발, 규제를 논의할 AI 전략회의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 정부의 경우 AI의 수출, 산업전략 적용 방안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유럽의회 소비자보호위의 선임 법률책임자 프레데리코 올리베이라 다 실바는 “불과 6개월 전 출시된 챗GPT가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며 “법안이 수년 동안 발효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우리가 EU당국에 관심을 촉구하는 이유”라고 AP통신에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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