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방통위는 여권 2명(이상인‧김효재), 야권 2명(한상혁‧김현) 구도다. 방통위 상임위원은 모두 5명으로,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여당이 1명, 야당은 2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11일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에 따르면 법제처는 지난 8일 최 내정자의 결격 사유 여부에 대한 법령해석을 요청한 방통위 사무처에 “추가 검토, 법령해석 심의위원회 심의 등 결과 회신까지 몇 달 이상이 걸린다”는 내용의 접수 알림 문서를 회신했다. 법제처는 또 “질의취지를 명확히 하거나 법령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의견을 확인하는 경우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며 “법제처 법령해석 반려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법령해석 절차가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방통위 사무처가 지난달 13일 법령해석 요청을 한 지 25일 만에 받은 답변이다. 김 위원은 법제처의 회신이 온 사실에 대해 “방통위 사무처로부터 지난 10일 보고받았다”고 했다. 김 위원은 이 위원이 출근한 지난 4일 “법제처는 함흥차사하지 말고 법령해석에 응답해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 법제처는 방통위 법령해석 요청에 6일 만에 회신했다. 법제처는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법령해석에 응답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3월 30일 안형환 전 상임위원의 후임으로 내정된 최 내정자의 임명 건은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에 거부를 촉구하는 등 여야 간 정쟁에 휩싸여 있다. 여당이 가장 문제삼는 건 최 내정자의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상근 부회장(2019~2022년) 이력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11일 최 내정자가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상근 부회장직을 지낸 것을 두고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법)’이 규정한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방통위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를 비롯한 100여개의 IT 관련 기업 및 단체가 모인 민간협회다. 여당은 최 내정자가 이곳 상근 부회장을 지내며 통신 3사의 이익을 대변해온 만큼, 방통위법 10조가 결격 사유로 규정하는 ‘방송·통신 관련 사업에 종사하거나 위원 임명 전 3년 이내에 종사하였던 사람’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방통위 사무처는 윤 의원의 자료 제출 요구 이틀 후인 지난달 13일 법제처에 관련 법령해석을 요청했다.
여당은 최 내정자가 지난 2018년 7월 대법원으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유죄 판결을 받은 점도 지적한다. 최 내정자는 지난 2016년 4월 경기 남양주병 예비후보 케이블TV 토론회에서 “경기도지사에게 경기북부테크노밸리 유치를 약속받았고,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조안IC 신설을 확인했다”는 내용의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당초 올해까지 피선거권을 박탈 당했으나, 지난 2021년 12월 사면·복권됐다.
여야가 신경전을 이어가는 사이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김창룡 전 상임위원의 후임으로 이 위원을 임명했다.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입학 동기인 이 위원은 변호사로 활동하던 2009~2015년 KBS 이사를 지냈다. 이 위원은 지난 4일 방통위에 출근해 “방통위가 위원회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대통령 직속의 중앙행정 부처이기 때문에 대통령 국정 운영철학에 따라 운영되는 게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과방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이 위원 임명 당일 규탄 성명을 내고 “이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지기가 기관장으로 있는 법제처가 최민희 후보에 대한 결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며 “방통위가 윤석열 대통령의 손에 잡히기 전까지 2~3개월 구성을 지연시켜 식물 방통위로 두겠다는 심산이다”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이완규 법제처장이 최 내정자의 결격 사유에 대한 법령해석을 내놓는 데에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있다는 것이다. 이 법제처장은 지난 2020년 12월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에 대한 법무부의 징계 절차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변호인을 맡은 바 있다.
방통위는 최 내정자 임명 건이 한 위원장 면직 가능성과 맞물리면서 업무 파행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전날 한 위원장 측에 면직 등을 전제로 한 청문 절차 개시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점수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검찰이 한 위원장을 기소한 지 8일 만이다. 면직은 인사혁신처가 대상자 청문 후 결정, 제청하면 대통령이 재가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법제처가 언급한 ‘몇 달’이 정확히 어느 정도 기간이 될 지는 알 수 없다. 연말까지 업무 파행이 지속될 것으로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여야 간 논의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수현 기자(htinmaki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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