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궁 드론 공격…우크라의 '경고 사격' 혹은 러시아의 '가짜 깃발'

푸틴 암살 시도 VS 러 징병 위한 위장 행위

봄 반격 이미 시작...키이우는 밤새 폭발음

러시아 크렘린궁에 대한 드론 공격이 우크라이나의 ‘경고 사격’이거나 러시아의 ‘가짜 깃발 작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드론 공격이 누구의 소행이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더욱 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는 3일(현지시간) 크렘린궁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막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를 저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의 테러 행위에 대한 보복에 나서겠다고 시사했다.

드론 공격이 발생했던 당시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 외곽의 관저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러시아 당국은 드론 공격이 우크라이나의 소행이란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또한 크렘린궁이 드론 사건을 발표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 점, 관련 공격 영상이 뒤늦게 공개된 점 등은 의문으로 남아 있다.
푸틴 암살 시도 VS 러 징병 위한 위장 행위

러시아 지역 언론의 텔레그램 채널에 게시된 영상은 크렘린궁 건물 위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영상에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이날 새벽 2시 30분경 쾅 소리와 함께 연기를 목격했다는 내용을 당국에 신고했다는 글이 첨부돼 있다.

크렘린궁은 러시아군과 보안군이 드론 공격을 저지했으며 사상자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드론 잔해는 크렘린궁 부지에 낙하했다고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주장에 즉각 반박했다. 북유럽 5개국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핀란드 헬싱키를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는 푸틴이나 모스크바를 공격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영토에서 싸운다”며 드론 공격의 주체가 우크라이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우리의 마을과 도시를 지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러시아의 주장은) 우크라이나 도시와 민간인, 인프라 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한 구실”이라고 비판했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 역시 미국 정부는 러시아 주장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드론 공격의 주체를 확정 짓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분석했다.

필립스 오브라이언 세인트 앤드루스대 교수는 “푸틴은 크렘린궁에서, 특히 지붕에서 절대 안 잘 것이기 때문에 푸틴을 암살하려는 시도가 확실히 아니다”라고 AP통신에 말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를 무모하게 보이게 하거나 러시아 여론을 자극하려는 러시아의 시도인지, 아니면 러시아를 난처하게 하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작전인지를 입증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부연했다.

영국의 외교 안보 분야 싱크탱크 채텀 하우스의 러시아 및 유라시아 부문 연구원인 제임스 닉시는 “가장 가능성이 큰 두 가지 추측은 우크라이나의 ‘경고 사격’ 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더 강력한 공격을 정당화하거나 더 많은 징병을 위해 고안된 러시아의 가짜 깃발 작전”이라고 봤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경고 사격이라면 러시아의 보안 실수를 보여주는 것이며, 가짜 깃발 작전이라면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매우 절박한 상황에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봄 반격 이미 시작...키이우는 밤새 폭발음

드론 사태로 러시아 내부에서는 우크라이나 고위 인사들을 암살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른다. 러시아 2차 세계대전 전승절인 5월 9일을 앞두고 사태가 발생한 점에 비춰 전승절을 방해하려는 공작이란 것이다.

이번 소식이 전해지기 전에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당국의 드론을 제외한 모든 드론 사용을 금지했다. 그는 드론의 불법 사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만 말할 뿐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의 봄 반격을 앞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의 공격은 거세지고 있다.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에서는 러시아군 공격으로 민간인 16명이 사망했다. 우크라이나 방공군이 키이우를 공격한 러시아 드론 21대를 격추하는 등 밤새 도시는 폭발음에 휩싸였다.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 내 러시아 석유 창고에서는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 지역 당국은 화재의 원인을 밝히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들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에 무게를 뒀다.

러시아 사설 용병단 ‘바그너 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봄 반격이 시작됐다고 러시아 언론에 말했다. 우크라이나 군 관계자는 러시아군이 반격에 맞서기 위해 장거리 공격으로 보급로와 우크라이나군 중심지를 파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아주경제=윤주혜 기자 jujusu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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