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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급한 불부터"… '주주 달래기' 나선 삼성전자, '투자시계' 또 늦춰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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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다운턴 탈출에도 현금흐름 악화

'주가 방어' 우선순위… 멈춰 선 M&A

아주경제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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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를 중심으로 주력 사업에서 힘이 빠지고 있는 삼성전자가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하면서 경쟁력 제고를 위한 인수합병(M&A) 등 투자 활동에 또다시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경쟁사 추격이 빠듯한 상황에서 궁여지책으로 '주주 달래기'에 나서면서 장기 비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전망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연결기준 3분기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3조1313억원으로 전년 동기(75조1442억원) 대비 42.6% 급감했다. 같은 기간 별도기준으로는 반 토막 수준인 5조5827억원에 그쳤다.

삼성전자의 현금 감소는 반도체 '다운턴(하강국면)'을 겪었던 지난해에 비해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됐음에도, 불황 당시의 실적 부진 여파를 만회하기 위해 단기금융상품을 대량으로 확보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별도기준 3분기 말 단기금융상품 순증가액은 10조원에 달한다. 동시에 단기차입을 통해 4조원 이상의 현금을 조달했다.

반면 주요 투자 지표인 유형자산 취득으로 투입된 현금(별도기준)은 26조4108억원으로 전년 동기(33조4870억원)보다 적었다. 실적 악화와 비전 불확실성으로 삼성전자를 둘러싼 우려가 확산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2016년 하만 인수 외에 대규모 M&A 등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14일에는 주가가 2020년 6월 이후 약 4년 5개월 만에 4만9900원으로 마감하자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이 중 3조원은 전량 소각한다. 올 초 정기주주총회에서 HBM 시장의 실기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뒤 경영진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자사주 매입 행렬에도 HBM3E(5세대) 12단 공급 소식이 엔비디아의 블랙웰 지연으로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주가 반등에 실패하자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최후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10조원은 국내 최고 '현금 부자 기업' 삼성전자도 현재 현금 보유량을 감안할 때 부담스러운 규모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에서 20조원을 차입하고 올해도 배당으로 5조6395억원을 수혈받기도 했다. 눈앞에 닥친 '주가 부양' 문제 해결을 우선순위로 결정하면서 삼성전자의 '대형 M&A' 소식도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은 올해 주총에서 "주주들이 기대하는 큰 M&A는 아직 성사시키지 못했지만 200개 이상 스타트업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며 "대규모 M&A는 현재 많이 진척돼 있고 조만간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날 논평을 내고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발표가 너무 늦었다"며 "연내 10조원 모두 소각하고, 밸류업 계획 공시도 발표해야 한다"고 권유했다.
아주경제=이성진 기자 leesj@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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