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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 (화)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정부·여당, ‘文정부 인사 찍어내기’ 총력전···총선 정지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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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3월 2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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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급 기관장과 공기업 사장을 찍어내는 데에 총력을 가하고 있다. 친정부 인사로의 ‘물갈이’를 통해 윤석열 정부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내년 총선을 앞둔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특정 국가기관을 언급하며 ‘반정부’라고 비난했다. 박 의장은 “북한 해킹에도 보안 검증 거부하는 선거관리위원회, 김일성 찬양 웹사이트 차단 거부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종편 재승인 점수 조작 관련 혐의로 기소된 방송통신위원장, 감사원 감사 거부하고 감사원 앞에서 출두 쇼하는 권익위원장”이라고 썼다. 그는 “정부 기관은 전 정권 충신들에게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숙주가 아니다”라며 이들이 ‘알박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여당은 방송사 등 미디어에 영향을 미치는 한상혁 방통위원장과 정연주 방심위원장 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 “자신을 임명해준 문재인 정권에 충성하기 위해 몽니를 부리며 자리를 보전하는 방통위원장 하나 때문에 국민 세금이 탕진되고 있는 꼴을 국민이 더이상 지켜볼 수는 없다”면서 한 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는 지난 3월 TV조선 재승인 점수조작 관여 혐의로 한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서울북부지법 이창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다. 그러자 검찰은 지난 2일 한 위원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명확한 혐의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정치적 목적의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이때문이다.

국민의힘 정보통신기술(ICT)미디어진흥특위는 지난 3일 성명서를 내고 “한 위원장은 재임 기간 민주당에 유리한 수많은 편파방송과 가짜뉴스를 묵인하거나 방조한 행위만으로도 이미 자격 상실”이라며 “국민을 참칭해 자신이 몸담은 진영에만 충성하는 것은 공직자의 제대로 된 태도가 아니다”라고 한 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정부는 한 위원장에 대한 면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면직 검토 여부에 대해 “주요 부처의, 정부 기관장이 기소돼서 관계부처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법률에 따라서 필요한 검토를 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 면직에 대한 정부 검토가 끝나면 인사권을 지닌 윤 대통령이 면직안을 재가할 가능성이 있다. 한 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7월까지다.


☞ ‘TV조선 재승인 의혹’ 한상혁 방통위원장 구속영장 기각···‘표적수사’ 비판 거세질 듯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3300015001


국민의힘은 정연주 방심위원장을 향해서도 사퇴 압박 메시지를 내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공정한 방송 심의와 MBC 관리·감독은 걷어치우고 자신을 임명해 준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들을 위해 버티기에 돌입했다”며 “자진 사퇴를 경고한다”고 말했다. 박 의장도 이날 SNS를 통해 “대한민국 여론 왜곡의 진원지가 바로 공영방송”이라고 거들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기업 사장들도 타깃이다. 국민의힘은 최근 난방비·가스비가 급등한 원인을 에너지공기업 인사들에게 돌렸다. 꾸준히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온 박 의장은 지난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졸속 탈원전으로 26억원의 손실을 입을 때 한전 사장은 뭘 했나”라며 “사퇴 요구까지 했으면 최소한 자구책부터 내놔야 하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대답이 없다”고 말했다.

여당이 전 정부 인사들을 향해 사퇴 촉구 목소리를 쏟아내는 배경에는 집권 1년을 맞아 윤석열 정부 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가 있다. 정부를 향한 비판적 메시지를 차단하고 일사불란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방송 관련 기관장 교체에 몰두하는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유리한 미디어 환경을 조성하려는 목적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차기 방통위원장으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나 검사 출신 인사가 갈 것이란 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방통위 등 국가기관, 한전 등 공공기관의 기관장 임기는 법으로 보장돼 있다. 현 정부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기관장을 무리하게 교체하는 것은 법적으로 직권남용이 될 수 있다. 또한 박 의장이 지적한 선관위는 현직 대법관이 위원장을 겸직하는 헌법기관으로 대법원장이 지명 권한을 갖고 있다. 선관위원장 교체 압박을 할 경우 삼권 분립 취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야당은 ‘전 정권 인사 찍어내기’라고 반발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박 의장의 선관위 비판에 대해 “국정원과 행안부는 북한 해킹 시도를 핑계로 보안 컨설팅을 받으라며 헌법기관의 정보에 개입하려 하고 있다”면서 “총선을 1년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중립이 중요한 선관위의 정보를 장악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밝혔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정부의 한 위원장 면직 검토에 대해 “검찰이 엉터리 수사 끝에 (한 위원장에게) 뒤집어씌운 혐의를 벌써 확정된 사실인 양 근거 삼아 면직하겠다니 황당무계하다”면서 “방송 장악에 혈안인 윤석열 정부의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승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대통령 마음대로 주무르고 싶다면 차라리 방통위를 해체하고 방송부를 만들어라”라고 비판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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