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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미술의 세계

고려 화엄경부터 비엔날레 조형물까지…종이의 무한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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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동락-종이와 함께하는 즐거움'전

국보·보물·공예품까지 152점 선보여

5월 13일까지 호림박물관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종이는 우리의 삶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과거 역사를 기록하던 한지에서부터 현재의 책과 공책, 종이로 만든 공예품까지. 우리의 삶은 종이와 함께해 왔다.

옛날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종이와 함께한 시간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이달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호림박물관에서 열리는 ‘여지동락(與紙同樂)-종이와 함께하는 즐거움’ 전이다. 1차와 2차로 나눠 개최하며 2차 전시는 5월 23일부터 7월 29일까지다.

옛사람들이 종이와 함께한 시간을 기록하는 전시다. 종이가 기록을 위한 매체를 넘어 일상생활에 필요한 각종 공예품으로까지 확대해 가는 과정을 담았다. 출품작은 고려 1377년 제작된 ‘백지 묵서 묘법 연화경 권제 1~7’과 고려 12세기에 제작된 ‘초조본 대방광불 화엄경 권제75’ 등 국보 2점, 보물 6점 등 총 152점이다.

오혜윤 학예연구사는 “종이는 그 어떤 것보다 사람들의 일상에 필요한 물건”이라며 “종이의 존재와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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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동락-종이와 함께하는 즐거움’ 전시 전경(사진=호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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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종이, 기록을 담다 △종이, 정신을 밝히다 △종이, 생활 속에 스며들다로 구성됐다. 도입부에서는 ‘기록 매체’로서의 종이를 보여준다. 한지는 섬유질이 풍부한 닥나무로 만들어져 질기고 내구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한지의 뛰어난 품질은 종이를 발명한 중국에서도 명성이 높았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한지를 바탕으로 다양한 기록물을 남겼다. 천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온전하게 전해지고 있는 불경을 옮겨 쓴 사경(寫經), 목판을 찍어낸 각종 경전(經典)을 전시해 놓았다.

지난해 세계 최고 권위의 미술 축제인 ‘베네치아비엔날레’ 국제미술전에서 전통 한지 조형물로 주목받은 전광영 작가의 작품 2점도 만나볼 수 있다. 어린 시절 큰아버지의 한약방에서 보았던 한약 주머니에서 시작된 작가의 작품에는 무수한 역사와 이야기가 담겨있다.

금속활자와 함께 문인들이 사용했던 종이 공예품도 만나볼 수 있다. 오 학예연구사는 “양반 문인들이 생활공간에서 사용한 문방구와 가구에는 근검함을 중요시한 유교 정신이 깃들어 있다”며 “화려함을 피하고 실용적인 기능을 담은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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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백지 묵서 묘법 연화경’ 권제 1~7(사진=호림박물관).


올곧은 정신과 선비 정신을 보여주는 현대작품으로는 최병소와 박서보의 작품을 선보인다. 최병소의 신문지 작품은 억압된 사회에서 제 역할을 잃은 신문의 폐단을 드러낸다. 그는 신문 기사를 까맣게 지워내는 반복된 행위를 통해 올곧은 정신이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다양한 기법으로 만들어 낸 종이공예품이 눈길을 끈다. 갓 전용 보관함, 비가 올 때 갓 위에 덮어쓴 갈모, 다양한 부채 등을 볼 수 있다. 두꺼운 종이나 나무로 기본 형태를 만들고 안팎으로 한지를 여러 겹 발라 각종 함이나 상자를 만든 지장(紙裝) 기법, 종이를 꼬아서 끈을 만들어 엮은 지승(紙繩) 기법 등을 활용한 작품들이다.

종이로 만든 요강도 있다. 여성들이 가마 안에서 볼일을 볼 때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만들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오 학예연구사는 “종이가 약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러 방면으로 활용성이 높은 재료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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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동락(與紙同樂) - 종이와 함께하는 즐거움’ 전시실에 ‘한지 작가’로 잘 알려진 전광영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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