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지난 23일(현지시간) 중국 해안경비대 함정이 세컨드 토머스 암초 지역으로 진입하기 위해 기동하는 필리핀 해안경비대 함정을 막아서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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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마찰을 빚으며 영유권 분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자, 미국이 중국 정부를 향해 필리핀을 공격하면 대응에 나서겠다고 공개 경고했다.
AFP·로이터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2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중국 정부가 남중국해에서 도발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그만두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미국은 국제 해양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동맹국 필리핀과 함께하며, 남중국해를 포함한 태평양에서 필리핀 해양경비대와 군, 공공 선박이나 항공기에 대한 무력 공격은 1951년 체결된 미·필리핀 상호방위 조약을 발동시킨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경고했다.
앞서 필리핀 외교부는 전날 성명을 내고 지난 23일 자국 해역인 세컨드 토머스 암초(필리핀명 아융인섬) 지역에서 중국 함정 2척이 순찰 중이던 자국 해양경비정을 위협했다고 밝혔다. 중국 함정 중 한 척은 필리핀 경비정과 불과 45m 거리로 근접하는 등 충돌 직전의 위험한 상황까지 치달았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필리핀 함정이 중국 해역을 침범했다고 주장했다.
이 해역에서는 지난 2월6일에도 중국 함정이 필리핀 해양경비정에 군사용 레이저를 쏴 필리핀 대통령이 직접 주필리핀 중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등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됐다.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위치한 세컨드 토머스에는 필리핀 군 병력과 군함이 배치돼 있다.
특히 이번 사태는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22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를 방문해 엔리케 마날로 필리핀 외무장관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해결을 위한 회담을 가진 다음날 발생했다. 친강 외교부장의 필리핀 방문은 필리핀과 미국의 연례 합동 군사훈련인 ‘발리카탄’이 진행 중인 시점에 이뤄져 주목을 받았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구단선(九段線)’이라는 해상 경계선을 그려 이 선 안의 해역 90%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6년 국제상설재판소(PCA)는 이 같은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중국은 영유권 주장을 계속하며 필리핀 등 인접 국가와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의 이번 성명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이틀 앞두고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마르코스 대통령은 1일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 중국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은 지난해 6월 마르코스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필리핀은 지난 2월 군사기지 4곳에 대한 사용권을 미국에 추가로 제공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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