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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삼중수소 내부 피폭시 유전자 변형...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재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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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부·도쿄전력 삼중수소 안전' 홍보하지만
삼중수소 내부 피폭시 세포 손상·암 발생 위험
한국일보

티모시 무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교 생물학 교수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그린피스 해외 전문가 초청 기자회견에서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영향연구를 발표하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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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튬(삼중수소)은 다른 방사성 물질과 비교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낮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오는 7월로 예상되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일본 도쿄전력이 지난 2월 공개한 홍보용 웹페이지엔 이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을 다핵종 제거 설비(ALPS)로 정화하더라도 삼중수소는 걸러지지 않는데, 이를 두고 논란이 커지자 자국민과 주변국을 대상으로 '문제가 없다'고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도쿄전력의 이 같은 홍보는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 나왔다. 삼중수소의 건강 피해가 알려진 것보다 더 커 방류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방사능 분야 전문가인 티모시 무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생물학과 교수는 27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자신의 논문 '방사성 수소(삼중수소) 노출의 생물학적 결과 포괄적 조사'를 공개했다.

무쏘 교수는 지난 20년간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방사능 노출 생물 영향을 연구해 왔으며 미국 국립과학원의 방사선 영향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관련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과정에서 한국 측 자문을 맡기도 했다.
한국일보

일본 도쿄전력이 2월 공개한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홍보용 홈페이지의 한글판 버전. 삼중수소(트리튬)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것처럼 설명한 인포그래픽이 담겨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무쏘 교수와 그린피스의 주장이다. 도쿄전력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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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은 삼중수소에 대한 기존 연구 70만 건을 전수조사한 뒤 이 중 생물학적 영향과 관련한 250건의 연구를 집중 분석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논문에서 삼중수소가 잠재적으로 위험한 방사성 물질로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한 삼중수소 피폭 실험에서는 쥐의 생식기 손상과 암 발생 등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다. 또 삼중수소에 오염된 어패류를 섭취할 경우 내부 피폭은 세슘 같은 고에너지 감마핵종보다 2~6배 더 높았다는 연구도 있다.

무쏘 교수는 "삼중수소는 저에너지라서 위험하지 않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는 허구"라며 "에너지가 낮아 전자의 이동속도가 느린 삼중수소는 피부를 투과할 순 없지만, 물이나 어류 섭취 등으로 체내에 들어가면 오히려 인체에 오래 남아 세포와 유전자에 계속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염수를 마신 생물의 체내에 삼중수소가 축적되고, 먹이사슬을 통해 증폭돼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삼중수소의 영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일본 정부는 충분한 유해성 평가 없이 오염수 방류를 감행하고 있다는 게 무쏘 교수와 그린피스의 지적이다. 무쏘 교수는 "도쿄전력은 도다리와 전복, 해초 등을 수조에 넣고 오염수의 영향을 평가하는 실험을 공개했지만 이는 연구의 기본을 갖추지 못한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며 "독립적인 과학자들이 오염수 방출 시 생태 위험을 제대로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가 일본과 한국, 태평양 국가들은 물론 전세계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충실히 검토할 의무가 있다"며 "전 세계 시민 수억 명의 생명 보호를 위해 안전성 검토가 결여된 오염수 방류 계획은 전면 재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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