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으로 이동한 김여정, 하지만 여전한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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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내각과 국방성 직원들 간에 올해 2월과 4월에 있었던 체육경기는 여러 모로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2월 김정일 생일과 4월 김일성 생일 등 북한 명절을 기념해 행사가 열렸다는 점, 같은 팀들이 2개월 만에 다시 시합을 가졌다는 점, 경기장도 동일했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김정은 총비서 또한 2월과 4월 경기 모두를 딸 주애와 함께 참관했습니다. 참석한 간부들에서 일부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2월의 대회를 4월에 다시 한번 반복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조선중앙통신도 "체육경기 재시합"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2월과 4월 체육경기에서 달라진 부분
그런데, 2월과 4월의 경기에서 유난히 달라진 부분이 있었습니다. 김여정의 착석 위치입니다.
김여정은 2월 경기 당시 귀빈석 뒤편의 가장 구석자리에 앉았습니다. 김정은과 딸 주애가 앞줄 중앙에 앉은 반면 김여정은 뒤편 구석자리에 앉은 것입니다. 중앙에 앉은 김주애와 구석에 앉은 김여정의 모습은 김주애의 부상과 함께 밀려난 김여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도 했습니다.
더구나 김여정의 옆에는 아무도 앉지 않았고, 조선중앙TV는 이 행사를 보도하면서 김여정의 얼굴을 한 번도 정면으로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김여정은 조선중앙TV 보도에서도 외면당한 것입니다.
김여정은 2월 체육경기 관람 당시 귀빈석 뒤편 가장 구석자리에 앉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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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했던 김여정의 착석 위치가 4월 경기에서는 귀빈석 뒤편의 중앙으로 바뀌었습니다. 김정은과 딸 주애가 앉은 바로 뒤편입니다. 자리가 중앙으로 이동하다 보니, 조선중앙TV의 보도에서도 김여정의 얼굴은 김정은 부녀와 함께 여러 번 부각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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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은 4월 체육경기 관람 때에는 귀빈석 뒤편 중앙에 앉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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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빈석 뒤편에서 김여정보다 바깥쪽에 앉은 사람들은 주철규, 박훈, 전승국 내각부총리, 김형식 당 법무부장, 한광상 당 경공업부장, 리철만 당 농업부장, 김성룡 내각부총리, 오일정 당 민방위부장 등으로 김여정보다 직급이 낮지 않았습니다.
주철규, 김형식, 한광상, 리철만은 정치국 후보위원이니 정치국 후보위원에 들지 못한 김여정보다 당 서열이 높고, 오일정도 당 민방위부장으로 노동당 전문부서의 부장이니 선전선동부 부부장인 김여정보다 서열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체육경기 관람이 당의 공식행사는 아닌 만큼 착석위치가 반드시 당 서열대로 정해졌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2월 경기에서 뒤편 구석에 앉았던 김여정이 유사한 성격의 4월 경기에서는 상급자들을 제치고 뒤편 중앙으로 진출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김정은의 의중과 관계없이 김여정의 위치가 구석에서 중앙으로 바뀌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조선중앙TV에서 김여정 비중 조금씩 커져
김정은의 딸 주애가 급부상하면서, '김정은 남매정권'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김여정의 막강한 위상은 다소 주춤하는 듯했습니다. 지난 2월 열병식 때 레드카펫을 밟고 주석단에 올랐던 김주애와 달리, 김여정은 행사장 밖에 홀로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2월 체육경기 관람 때는 뒤편 구석에 홀로 앉았고, 김주애가 김정은의 다양한 행사에 함께 참석해 주빈으로 대우받을 때에도 김여정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간간이 나오는 '김여정 담화'를 통해 김여정이 여전히 대외 부문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지난 2월 열병식 때 행사장 밖에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된 김여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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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들어 조선중앙TV에서 김여정의 노출 비중이 조금씩 커지고 있는 모습이 관찰됐습니다.
지난달 16일 '화성-17형' 발사 당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부녀 옆 쪽에 서 있는 김여정의 모습을 방송했습니다. 김정은 부녀로부터 화면을 '줌-아웃'하면서 김여정이 나중에 화면에 걸리게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김여정의 모습이 관찰된 것은 이날 조선중앙TV 보도에서 이 장면이 유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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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화성-17형' 발사 당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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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화성-18형' 발사 때에는 김여정의 화면 비중이 더 커졌습니다. 김여정은 김정은과 리설주, 김주애 등 김정은 직계가족 바깥에 서 있는 모습이 공개된 데 이어, 김정은 바로 뒤쪽에 서 있는 모습도 공개됐습니다.
특히 조선중앙TV는 김여정이 간부들과 함께 서 있는 장면을 방송하면서 초반에는 김정은과 김여정 두 사람만을 보이게 편집해 김여정의 비중을 높였습니다. 2월 체육경기 때만 해도 김여정을 외면하던 조선중앙TV가 김여정을 화면에서 조금씩 부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정은 직계가족 바깥에 서 있는 김여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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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위쪽 화면)에는 김정은과 김여정만 보이다가 '줌-아웃'하면서 나중(아래쪽 화면)에 다른 간부들의 모습이 나타나게 편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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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영방송인 조선중앙TV가 김여정의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는 것은 김여정의 입지가 회복돼가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김여정과 같은 중요인물의 노출을 편집자 마음대로 처리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와중에 김여정의 착석 위치가 구석에서 중앙으로 바뀐 게 관찰된 것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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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식 북한전문기자(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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