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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이슈 천태만상 가짜뉴스

"내 표 찾아내" 닦달하고, 가짜뉴스 퍼뜨리고…미국 대선일, 혼란의 시작되나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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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퍼민트] (글 :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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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를 엄선해 전하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입니다. 뉴스페퍼민트는 스프에서 뉴욕타임스 칼럼을 번역하고, 그 배경과 맥락에 관한 자세한 해설을 함께 제공합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한국 밖의 사건, 소식, 논의를 열심히 읽고 풀어 전달해 온 경험을 살려,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글을 쓰겠습니다. (글 :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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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본 주제를 논하기에 앞서 최근 미국 정치에서 나온 몇 가지 장면을 소개하려 합니다. 먼저 지난해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CNN과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한 인터뷰 중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펠로시의 말을 그대로 옮깁니다. (영상 2분 30초부터 하는 말입니다.)
(트럼프가) 처음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날이었어요. 정말 역사적인 순간이잖아요. 저는 이 사람의 취임 일성이 무엇일지 궁금했죠. 국민한테 전하는 메시지에 무슨 말을 할까? 미국 헌법? 역사? 시를 가져올까? 아니면 성경의 구절을 인용할까? 그런데 트럼프의 취임 일성이 뭐였는 줄 아세요? “내가 전체 득표에서도 클린턴한테 이겼다”였어요. 그래서 제가 말했죠. “대통령님,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2016년 선거 이야기입니다. 트럼프는 선거인단에선 클린턴을 넉넉히 앞질렀지만, 전체 득표에서는 287만 표 차이로 졌습니다. 과반의 선거인단 표를 받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한다는 미국 헌법에 따라 대통령이 된 사람의 첫마디가 헌법 절차에 따라 문제없이 운영된 제도에 커다란 흠집을 내는 말이었습니다. 헌법을 지키겠다고 방금 전에 선서한 사람이 한 말로는 적절하지 못했죠.

이는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이후 트럼프는 기존의 제도와 마찰을 빚을 때마다 제도 전체를 부패하고 무능한 것으로 묘사하고 핵심 기능을 빼앗거나 할 수 있다면 아예 제거해 버리는 쪽을 택합니다. 그러다 2020년 대선에서 패하고 나서는 부패한 선거 제도가 자신의 승리를 부정하게 빼앗아 가는 민주당을 막기는커녕 방조했다고 주장합니다. 트럼프는 어쩌면 지금까지도 미국의 헌법, 정치 제도와 싸우는 중입니다. 그래서 보게 된 인상적인 장면이 지난달 초 부통령 후보 토론에서 나왔습니다.

이날 토론에서 전반적인 토론 태도나 편안하게 답변을 이어가는 모습 등만 보면 트럼프의 러닝메이트 J.D. 밴스 의원이 이긴 토론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토론 막판에 나온 한마디 궤변 때문에 밴스는 애써 쌓은 점수를 다 잃습니다. 바로 2020년 선거에서 트럼프가 졌냐는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답하지 못한 겁니다. 밴스도 실은 트럼프가 선거에서 졌다는 사실을 잘 알 겁니다. 그러나 그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순간 트럼프 지지자들이 찾아내 처단하려 했던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과 다르지 않은 처지가 되리라는 걸 잘 알기에 억지로 말을 돌렸을 뿐입니다. 2020년 선거가 부정선거였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트럼프의 러닝메이트가 되지도 못했을 겁니다.

올해 선거에 임하는 트럼프의 핵심 전략은 물론 더 많은 표를 받아 승리하고 당당하게 백악관에 다시 입성하는 겁니다. 이는 2020년의 바이든, 2024년의 해리스를 포함해 여느 대선 후보와 다를 게 없습니다. 그런데 트럼프에겐 중대한 전략이 하나 더 있습니다. “플랜 B”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 같은데, 유권자, 특히 자기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향해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구심을 계속 불어넣는 일입니다. 의구심이 쌓이면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를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일 선거에서 만약 트럼프가 패한다면, 플랜 B는 즉시 발동될 겁니다. 개표 과정에서 부정이 있었다는 주장은 4년 전 60번 넘는 소송에서 전부 다 패했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트럼프가 패하는 순간 곧바로 부활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가짜뉴스를 부지런히 뿌려 사람들의 마음에 의구심을 심기 위한 트럼프의 노력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바이든과 민주당, 이른바 딥스테이트가 선거 승리를 찬탈하지 못하게 막자는 구호 “Stopping the Steal”은 같은 이름의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부정선거가 또 일어나지 않는지 감시하고, 선거의 진실성, 완결성(election integrity)을 지키자는 운동은 특히 2020년 선거에서 근소한 표차로 승부가 갈린(그 가운데 물론 트럼프가 진) 조지아와 애리조나 등지에서 크게 일어났습니다. 지지자들이 선거관리 업무를 하는 지방정부 담당자들을 위협하는 일도 있었죠. 이후 경합주를 중심으로 선거가 공정하게 관리되는지 감시하는 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납니다. 여기에 참여하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인터뷰를 보면 진심으로 부정선거가 일어나는지 걱정해서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이 많아 보이지만, 트럼프 지지 단체나 슈퍼팩이 돈을 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디까지 자발적인 단체로 봐야 할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사실 지난 선거 개표 과정에서 대대적인 부정이 있었고, 이번에도 심각한 조작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열심히 알리면서 그나저나 선거에선 우리 후보를 뽑아달라고 말하는 게 논리적으로 모순이긴 합니다. 그래도 트럼프 캠프는 두 가지 상황을 다 대비하는 차원에서 다소 모순적일 수 있는 구호를 내세워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이런 식이죠.

“엄청나게 많은 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몰아줍시다! (Swamp the Vote!) 표 차이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서 자잘한 개표 부정으로는 승리를 빼앗아 갈 엄두도 못 낼 만큼 우리의 힘을 보여줍시다. 할 수 있다면 선거일까지 기다리지 말고 미리 투표하세요. 주변의 가족, 친지에게 공화당 찍도록 설득하시는 거 잊지 마시고요!”

걸린 게 많은 선거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개표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겁니다. 공화당 대선 캠프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던 선거 전문 변호사 벤 긴즈버그가 뉴욕타임스에 칼럼을 썼습니다. 주요 경합 주별로 선거 관련 법, 규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자세히 살펴본 다음 어느 주가 특히 개표가 길어질 수 있는지 꼼꼼하게 분석하고 전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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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타임스 칼럼 보기 : "초박빙 승부, 당일 밤엔 결과 알 수 없을 것"... 마음의 준비 필요한 미국 대선 관전 지침


그런데 우선 미국의 선거 개표 과정이 왜 길어질 수 있는지, 심지어 자칫 한없이 늘어질 수도 있는지 한번 생각해 봅시다. 몇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는데, 우선 미국은 연방제 국가라서 그렇습니다.

연방제 국가라는 건 강력한 중앙정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선거관리 업무도 중앙이 아니라 각 주 정부 또는 지방 정부의 소관입니다. 중앙 선거관리위원회가 최고 헌법기관 중 하나인 우리나라와 사뭇 다릅니다.

수정헌법 10조에 “헌법에 의하여 미국 연방에 위임되지 아니하였거나, 각 주에 금지되지 않은 권력은 각 주나 국민이 보유한다.”라고 돼 있는 미국에선 주 정부가 중요한 업무를 우선 맡아서 처리합니다. 선거로 뽑는 공무원이 50만 명이 넘는 미국에서 선거관리 업무는 당연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주마다 주무부(State Department of the State )가 있고, 주무부가 하는 가장 중요한 업무가 바로 선거 관리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외교부에 해당하는 국무부는 “U.S. Department of the State”입니다. 다른 나라와 외교 문제는 연방 정부가 처리하도록 주 정부가 권한을 위임한 거죠.)

대통령 선거에서 주무부의 업무는 투표를 집계해 12월 11일 전에 결과를 발표하고, 12월 17일에 선거인단 투표를 진행, 12월 25일까지 연방 의회에 보내는 것까지입니다. 똑같이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를 보장하기 위해 만든 규정이라 해도 주마다 선거법과 규정, 제약이 조금씩 다릅니다. 또 유권자 지형, 여론, 개표 환경과 제약까지 달라 선거 결과를 확정하는 데 오래 걸리는 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승자독식 방식으로 선거인단을 배분하는 독특한 원칙도 개표가 늦어지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주에서 아슬아슬하게 한 후보가 이기더라도 어차피 다른 주의 투표 결과와 다 합쳐서 선거의 승패를 가른다면 큰 부담 없이 선거 결과를 연방에 보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주별로 표를 집계해 한 표라도 더 많이 받는 후보가 그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전부 다 차지하는 방식을 따릅니다. (네브라스카, 메인 제외) 그래서 표 차이가 작을 경우 자동으로 검표를 다시 하도록 규정이 마련된 주도 있고, 아슬아슬하게 진 후보가 재검표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2020년 선거에서 트럼프가 패배한 결과를 뒤집으려고 조지아주 브래드 라핀스버거 주무장관에게 전화해 “내게 모자란 11,779표를 어떻게든 찾아내라”고 닦달했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러나 재검표를 한 뒤에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주무장관과 주지사 모두 공화당 소속으로 선거에서 당선된 인물이었습니다. 이 통화 내용은 트럼프의 조지아주 선거 개입 혐의의 결정적인 증거가 됐고, 현재 트럼프는 기소된 상태입니다. 그러나 트럼프의 심정도 이해가 갑니다. 500만 명이 투표한 선거에서 고작 0.23% P 차이로 승패가 갈렸는데, 11,779표만 가져오면 상대방에게서 선거인단을 16명이나 빼앗아 올 수 있으니까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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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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