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단체, 증언 행사엔 기승전 "모르겠다" 되풀이
최명용 전 3공수여단, 진상규명 위해 증언대 섰지만
"상황실 근무로 현장 몰라" 답변만…피해자는 '답답'
광주광역시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열린 5·18부상자회 등의 계엄군 증언회에서 당시 상황실장으로 근무했던 최명용 예비역 소령이 발언하고 있다.[사진=민현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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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공로자회가 5·18 당시 투입된 계엄군을 초청해 두 번째 증언회를 열었지만, 소득 없이 끝났다. "모르겠다", "현장에 없었다" 등 영양가 없는 이야기만 나와 허울 좋은 행사에 그쳤다는 평가다.
두 단체는 20일 광주광역시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특전사동지회와 함께 '오늘의 증언이 5·18 진상규명의 첫걸음이다' 행사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5·18 당시 3공수여단 정보참모 소령으로 전남대학교 진지 상황실에서 상황실장으로 근무했던 최명용(77)씨가 증언대에 섰다.
최씨는 "전남대학교 인근에서 군인들이 몽둥이 들고 폭행해 100명이 넘게 돌아가셨다"면서 "당시 트럭 세 대에 150명 이상의 포로들을 싣고 최루탄을 터뜨려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돌아가셨다"고 밝혔다.
이어 "돌아가신 분들을 광주 교도소 인근 공동묘지와 전남대학교 내에 애들(부하) 시켜서 묻었다"며 "이후 해당 부지에 갔을 때는 다 건물을 지어버려서 찾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공수여단에 광주로 출동 명령을 내린 것은 대통령실에서 처음 내려왔고, 당시 3공수여단 여단장이었던 육사 13기 출신 최세창 여단장으로부터 명령받았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당시 사격 지시는 받지 못했지만 '스스로 위험한 상황이 되면 알아서 조치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면서 "실탄을 지급하고 위험하면 알아서 하라고 지시했으니 그게 곧 사격 명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5·18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각종 질문에 "모르겠다" 등 알맹이 빠진 답변만 나왔다는 점이다.
김태수 5·18부상자회 중앙회 이사가 "군대에서 일개 병사가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사격할 수는 없을뿐더러 위험할 시 알아서 하라고 지시했던 지휘관이 누구냐"고 질문했고, 최씨는 "상황실장이었기 때문에 현장에 없어서 모른다"고 답했다.
5월 20일 전남대학교 사거리에서 체포돼 교도소로 이송됐던 강길조(75)씨도 "전남대에서 붙잡혀 교도소까지 몇 분이면 갈 거리를 최루탄이 뿌려진 트럭 안에 갇혀 해가 져서야 도착하면서 피해가 커졌고, 교도소로 이송된 뒤에도 날마다 맞아 죽은 사람이 생겨서 바를 정(正)자로 기록한 게 38명이었다. 이 내용에 관해 설명해달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최씨는 "상황실에서 근무해 보고만 받기 때문에 현장에 없어서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최세창 여단장이 광주역엔 없었고 전남대에만 있었다"고 진술하며 '최세창 여단장이 광주역 앞에서 권총 세 발을 쐈고 이게 발포 명령 신호'였다는 과거 현장에 투입됐던 3공수여단 소속 계엄군들의 진술과 상반되는 진술을 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금남로 헬기 사격, 암매장 시신의 사후 처리 과정 또한 '직접 보지 않아 모른다'로 일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5·18민주화운동을 현장에서 지켜본 피해자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5월 18일 도청 상무관 앞에서 계엄군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던 최규현(70)씨는 "증언이라는 것은 우리가 몰랐던 사실을 하나라도 알려주고 당시 현장에 대해 설명하는 것인데 사무실에만 계셨다는 분이 무슨 증언을 하겠다고 나온 건지 모르겠다"며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황일봉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 회장은 '맹탕 증언회'라는 지적과 관련해 "당시 투입됐던 3·7·11공수여단 4500여명 중 1명을 봤으니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한편 최씨는 행사를 마치고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로 이동해 추모탑에 분향·묵념 이후 5·18 최초 희생자인 고(故) 김경철 열사의 묘소를 참배했다.
호남취재본부 민현기 기자 hyunk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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