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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초동시각]또다시 볼모로 잡힌 시민의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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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맘때가 되면 연례행사처럼 치러지는 지하철 파업이 올해도 예고됐다. 임금 인상과 인력 충원을 요구하며 코레일 노조(전국철도노동조합)까지 태업에 들어간 상황이라, 철도와 지하철의 동시 파업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1년 전 민주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 제1노조의 파업이 '명분 없는 파업'으로 지탄받았던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제2노조인 한국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도 파업 초읽기에 들어갔고 그동안 제1·2노조의 집단행동을 쌩이질이라 평가했던 제3노조인 올바른노동조합까지 이번에는 90% 이상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른바 'MZ노조'로 불리며 정치파업과 거리를 둬 왔던 제3노조 행보에 수도권 지하철 대란 우려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중 가장 많은 60%의 조합원이 소속된 제1·2노조는 사측이 추진하려는 구조조정의 철회와 1인 승무제 도입 중단 등 인력운영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제3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임금인상률(2.5%)의 최대 3배치를 꺼내 들었다. 정부 지침에 맞춰 공사는 총 인건비의 2.5%까지 올릴 수 있지만, 열차 증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인건비가 여기에 포함돼 직원들의 실질 임금 상승폭은 크게 줄어든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문제는 노조가 파업을 전가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다는 점이다. '시민의 불편을 볼모로 삼은 파업에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공사와 서울시의 원칙에도 3년째 반복이다. 이들은 파업 예고 격인 태업을 통해 이미 실력행사에 나섰다. 급기야 전날에는 지하철을 운행하던 차장이 역사에 내려 화장실을 이용하는 상황이 벌어져 열차가 줄줄이 지연됐다고 한다. 공사와 서울시로 책임을 돌리려는 행태가 또다시 '준법투쟁'이라는 수식어로 포장됐다.

파업의 발단은 누적적자만 18조원에 달하는 서울교통공사의 경영 상태다. 적자가 누적되면서 총부채 규모는 올 6월 기준 7조833억원으로 불었다. 지난 5년간 차입에 따른 이자 비용은 총 3723억원에 달한다. 금리까지 오르며 하루 평균 이자만 3억7000만원을 내는 처지다.

하지만 '부실 경영의 책임을 왜 노동자에게 전가하는가'라는 노조의 주장도 살펴봐야 할 부분은 있다. 무엇보다 2018년 업무직 등 1600여명을 정원에 무리하게 편입하면서 인력이 증가했고 근무 형태를 3조2교대에서 4조2교대로 바꾸면서 인력 부족 현상이 시작됐다. 급기야 공사 소속 일부 노조 간부들이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 제도를 악용해 제대로 출근하지 않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제3노조는 "노조 업무를 하지 않는 날에는 출근하는 게 정상인데, 수년간 그렇게 하지 않은 경우를 봤다"며 "이 때문에 인력이 모자라 어떤 지하철역엔 여직원 1명만 근무하는 날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1·2노조를 비난하기까지 했다. 유휴인력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인원 감축으로 안전사고가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보태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수년간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서울시와 공사의 행정력에 빈틈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요금 인상과 인력감축 외에도 만성적인 공사의 적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자산매각이나 부대사업 수익 창출 등 자구 노력이 선행됐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한 공사와 서울시의 강력 대응 기조도 지켜져야 한다. 노조는 합법적 쟁의권을 획득했다고 주장하지만 열차운행 지연 등에서의 업무방해나 손해배상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노조의 파업 전술이 이번에도 먹혀든다면 시민의 발은 언제고 또다시 볼모가 될 수 있다.

배경환 차장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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