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대표적인 외식 품목 가격이 지난달에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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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냉면이 먹고 싶었던 대학생 이선용(22)씨는 친구와 함께 식당을 찾았다가 화들짝 놀랐다. 물냉면 한 그릇 가격이 1만2천원이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을밀대나 우래옥처럼 유명 맛집도 아닌데 냉면이 1만원이 넘으니 당황스러웠다”며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충당하는 입장에선 점심 메뉴로 냉면 한 그릇도 부담스럽더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대표 외식 품목의 가격 오름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가격을 공표하는 외식 품목 8개 가운데, 이제 만원짜리 한장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4개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치킨, 햄버거, 피자 등을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업계도 잇달아 가격 인상에 나서 외식물가 상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19일 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 포털인 ‘참가격’을 보면, 지난달 짜장면·칼국수·김밥 등 대표 외식 품목 8개의 서울지역 기준 평균 가격이 지난해에 견줘 최고 16% 넘게 뛴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품목은 짜장면으로 지난해 3월에는 5846원이었지만, 지난달에는 6800원으로 16.3%나 올랐다. 삼계탕은 1만4500원에서 1만6346원으로 12.7%, 삼겹살(200g)은 1만7159원에서 1만9236원으로 12.1%, 김밥도 2831원에서 3123원으로 10.3% 뛰었다. 비빔밥(1만192원, 8.5% 상승), 칼국수(8731원, 7.5%), 김치찌개 백반(7692원, 7.5%), 냉면(1만992원, 7.3%)은 그나마 상승률이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지난달과 견줘도 비빔밥, 짜장면, 삼계탕, 김밥 등 4개 품목 가격(서울지역 기준)이 오름세를 보였다. 이제 8개 대표 외식 품목 가운데 1만원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김밥, 짜장면, 칼국수, 김치찌개 백반 등 4가지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냉면과 비빔밥까지 1만원 미만이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주부 박아무개(44)씨는 “날씨가 더워져 오랜만에 삼계탕으로 가족 몸보신 외식을 하려 했더니 웬만한 곳은 한 그릇에 2만원이더라”며 “4인 가족 한 끼 외식 비용이 8만원이 넘으니 홑벌이 가정은 엄두를 내기 어려울 듯싶다”고 하소연했다.
치킨, 햄버거, 피자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외식 품목을 판매하는 프랜차이즈들도 가격 인상에 가세하면서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교촌치킨은 이달 3일부터 소비자 권장 가격을 최대 3천원 올렸다. 이에 따라 대표 메뉴인 간장 오리지널 제품 가격은 1만6천원에서 1만9천원으로 18.8%, 허니콤보는 2만원에서 2만3천원으로 15% 올랐다. 햄버거 역시 마찬가지다. 버거킹이 지난달 10일부터 가격을 평균 2% 인상했고, 앞서 맥도날드와 롯데리아 역시 일부 메뉴 가격을 평균 5.4%와 5.1% 각각 인상한 바 있다. 피자 업계 톱3 가운데 하나인 미스터피자 역시 지난 2월 피자와 사이드 메뉴 가격을 4~5% 인상했다. 프리미엄 피자 기준으로 미디움 사이즈는 평균 가격이 3만원을 넘어섰고, 라지 사이즈는 4만원에 육박하게 됐다.
이런 흐름 탓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 폭 둔화에도 외식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외식물가 상승률은 7.4%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4.2%를 훌쩍 웃돌았다. 지난 2021년 6월 이후 22개월 연속 외식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았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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