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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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 지민의 솔로 앨범 타이틀곡 ‘라이크 크레이지’가 18일(현지시각) 공개된 이번 주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52위를 차지했다. 지난주 45위에서 7계단 더 떨어진 것이다.
앞서 ‘라이크 크레이지’는 발매 첫 주 ‘핫 100’ 1위로 직행하며 새 역사를 썼다. 한국 솔로 가수 최초의 기록이다. ‘핫 100’은 음원 다운로드, 시디(CD) 판매, 음원 스트리밍, 라디오 방송 등을 더해 집계한다. 당시 일주일간 음원 다운로드와 시디 판매는 25만4000건, 음원 스트리밍은 1천만회, 라디오 청취자는 6만4000명이었다.
지민 이전에는 방탄소년단만이 유일하게 ‘핫 100’ 1위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팬덤 ‘아미’의 화력 덕분이다. 다른 팝 가수에 견줘 음원 스트리밍과 라디오 방송에서 뒤처지는 방탄소년단을 위해 팬들은 열성적으로 음원과 시디를 구매했다. 그 결과 ‘다이너마이트’를 시작으로 모두 6곡이 ‘핫 100’ 정상에 올랐다.
빌보드는 지난해 1월 갑자기 차트 집계 방식을 바꿨다. 음원 중복 구매를 집계에서 제외하려고 일주일에 4회까지 인정하던 1인당 음원 다운로드 횟수를 1회만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케이(K)팝 팬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순위를 높이고자 같은 음원을 여러번 구매하는 행위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후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신곡 ‘옛 투 컴’이 ‘핫 100’ 13위에 올랐다. 방탄소년단 멤버 솔로 곡 차트 성적은 그에 더 못 미쳤다. 정국 ‘스테이 얼라이브’ 95위, 진 ‘디 애스트로넛’ 51위, 알엠(RM) ‘들꽃놀이’ 83위, 제이홉 ‘온 더 스트리트’ 60위 등이었다.
그러다 이번에 지민의 ‘라이크 크레이지’가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노래가 대중적이고 지민의 높은 인기 덕도 있지만, 발매 전략도 한몫했다. 원곡과 별도로 영어 버전, 딥 하우스 리믹스 버전, 유케이(UK) 개러지 리믹스 버전 등도 함께 발매한 것이다. 빌보드는 원곡과 리믹스 버전의 판매량을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 팬들이 이들 곡을 구매하면 1회가 아니라 구매한 곡 수대로 집계된다. 이는 테일러 스위프트 등 다른 가수들도 활용한 전략이다.
문제는 그 다음 주에 45위로 급락했다는 점이다. 빌보드 역사상 1위 곡의 최대 낙폭이다. 첫 주 25만건 넘었던 음원과 시디 판매량이 1만5000건 아래로 떨어진 탓이다. 하지만 팬들은 2주차 판매량이 12만건가량 된다며 빌보드가 또 집계 방식을 바꾼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빌보드가 사전 고지 없이 ‘1인당 평생 단 1회’의 구매만 집계하는 것으로 규칙을 바꿨다”는 것이다.
정말로 또 집계 방식을 바꾼 걸까? 팬들의 공식 해명 요청에 빌보드는 묵묵부답이어서 당장 확인할 길은 없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지민은 첫 주에 리믹스 버전까지 한꺼번에 내며 화력을 집중시켰고, 방탄소년단 팬덤이 모두 구매에 동참하면서 차트 1위로 이어졌다. 하지만 둘째 주에는 지민 개인 팬덤만 구매에 집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석연치 않은 지점이 있다. 빌보드가 만약 집계 방식을 바꿨다면 아티스트와 팬이 납득할 수 있도록 의도와 취지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수의 대중보다 소수 팬들의 집중된 행동이 빌보드 차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현상은 케이팝에서 두드러진다. 일반 대중이 많이 사용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나 라디오 방송에서 케이팝이 상대적으로 소외되기 때문에 팬들이 음원과 시디 구매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소수 팬들의 집단 행동이 차트를 왜곡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미국 라디오 방송 또한 대형 음반사의 프로모션과 지속적인 관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애초 불공정한 구조이기에 케이팝 팬들의 행동이 정당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이유다.
지난해 초 빌보드가 팬들의 중복 구매를 집계에서 제외하기로 했을 당시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팬들이) 힘들게 번 돈을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에 쓰는 것은, 음반사가 자사 아티스트 노래를 라디오 방송에서 틀도록 하기 위해 수천달러를 쓰는 것보다 훨씬 품위 있게 차트 성적을 높이는 방법”이라며 빌보드의 행태를 꼬집었다.
고건혁 전 붕가붕가레코드 대표는 “회사가 돈 써서 홍보해 차트 순위권에 올리는 것에 비해 팬들이 돈 써서 차트 순위권에 올리는 것이 특별히 나쁘다고 볼 수 있나?”라고 되묻고는 “소수의 대자본만이 제어할 수 있었던 차트를 상대적으로 많은 이들이 제어할 수 있게 된 지금 상황을 새로운 섭리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차트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메이저 음반사들이 차트는 그 자체로 공정하며 거기에 들어가야 성공이라는 신화를 덧씌워 장사를 해왔다”는 것이다. 그는 “차트에 의미가 없진 않지만 과도한 권위가 부여된 건 사실”이라며 “너무 차트에만 매달리지 말고 좋아하는 음악을 다양한 방식으로 발견하고 즐기는 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짚었다. 지민의 빌보드 차트 순위 논란을 너머 뿌리부터 곱씹어봐야 할 지점이 아닐까 싶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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