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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세월호 인양 그 후는

이태원 ‘업무과실’ 수사 석 달째…세월호처럼 ‘윗선’ 책임 못 묻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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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묻기 힘든…대형 참사 ‘국가의 책임’

한겨레

세월호 참사 9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4·16기억교실에서 유가족이 책상 위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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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책임자들은 형사재판에서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다. 하지만 대형 참사 발생 때 국가 책임자들에게 형사책임을 물으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2022년 10월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수사가 대표적이다.

1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6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두번째로 조사했다. 그는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도 안전관리 대책을 수립하지 않아 참사 당일 사상자 규모를 키운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를 받고 있다. 김 청장 수사의 쟁점은 그가 이 사태를 예견할 수 있었는지, 적절한 조치를 취해서 막을 수 있었는지 여부다. 검찰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이태원 참사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는 내용의 정보보고서를 김 청장이 언제 보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보고서는 서울경찰청에서 작성했다가 참사 발생 직후 삭제됐다.

공무원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는 입증이 까다롭다. 우선 ‘주의의무’가 인정되어야 한다. 주의의무란 어떤 행위를 할 때에 일정한 주의를 기울일 의무를 말한다. ‘주의의무 위반행위’가 있었는지도 입증되어야 한다. 주의의무 위반행위가 사망 내지 부상의 원인이라는 점까지 검찰이 증명해야 혐의가 성립한다.

이태원 참사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 국회 쪽 대리인인 김종민 변호사는 “헌법재판에서도 쟁점이 되는 부분이 ‘주의의무’의 범위다. 단순히 서울의 치안과 안전관리를 총괄하는 책임자로서의 주의의무로는 안 된다”며 “형사책임을 물을 땐 엄격한 범위로 한정되므로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사 출신 신중권 변호사도 “보고를 받고 위험 상황을 감지했는데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겠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면 쉽지 않다”며 “(관련 위험을) 보고받은 시점에서 더 빨리 대처했다고 하면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는 점도 입증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세월호 참사 때보다는 업무상 과실 혐의 입증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이태원 참사 관련 검찰 수사 상황을 잘 아는 김아무개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는 순식간에 일어났지만 이태원 참사는 몇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밀집해 있었고, 신고도 있었다. 어려운 수사지만 (세월호보다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참사 관련 공무원들의 업무상 과실 혐의는 세월호 참사 때도 법원에서 잘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 1심 재판부는 “대형인명사고에 대한 역량이 부족하고 체계가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다는 사정을 들어 조직의 상급자에게 질책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형사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업무상 과실은 현장지휘관인 해경 123정장에게만 인정됐다. 현장 상황에 맞지 않는 지시를 내리거나 구조 시기를 놓친 해경 지휘부는 어떤 형사책임도 지지 않았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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